북한 포격도발
“또다시 집으로 포탄이 날아들까 너무 불안합니다.”
5년 전 북한의 포격을 받은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주민들은 이번 북한의 서북전선 포격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0년 11월23일 오후 2시 반 북한의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는 등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은 물론, 주택 수십여채가 부서진 ‘연평도 포격’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연평도에서 고작 4㎞ 떨어진 북한 갈도에 방사포 진지 등을 구축하며 도발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어서,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크다.
이날 주민들은 별도로 학교나 대피소로 대피하지는 않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집에서 TV 등을 시청하며 상황을 지켜보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했다.
한 주민은 “북한이 대북방송용 확성기가 설치된 곳을 포격해 (우리와는) 크게 상관없다고는 하지만, 이미 한번 포격이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5시53분께 연평도 인근 백령도와 대청도에도 주민대피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이들 섬 주민들도 만반의 사태에 대비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특히 주민들이 생명의 위협보다 더욱 불안한 것은 메르스 때문에 얼어붙었던 관광 경기가 휴가철에 겨우 살아나는 듯했는데, 다시 가라앉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평도를 비롯해 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들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관광 위축으로 인한 생계가 위협을 받는 등 큰 피해를 겪어왔기 때문이다.
인천의 또 다른 접경지역인 강화도의 주민들의 불안감도 마찬가지다. 교동도의 최북단에 있어 북한과 매우 가까운 인사리와 지석리 주민들은 이날 북한의 포격 이후 곧바로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면사무소에선 계속 마을방송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북한의 서북전선 포격사실과 함께 인근 대피소 피난을 알렸다. 또 교동도를 잇는 교동대교에 대한 입·출입이 통제되면서 사실상 주민들은 고립됐다.
게다가 인사리에 있는 한 군부대엔 대북방송용 확성기가 설치되어 있는데다, 최근 3차례 이상 대북방송이 있었던 탓에 주민들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포격 피해를 우려하며 마음을 졸였다.
황기환 인사리 이장(51)은 “오후 4시 넘어 마을방송을 듣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대피했다”며 “교동도에 오래 살았지만 실제 상황이 벌어져 대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재난안전본부장 지휘하에 비상대책과 직원들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며, 강화·옹진군에서도 전 직원 비상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이민우·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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