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없는 유언비어가 또 유포됐다. 북한의 포격이 알려진 20일 오후의 일이다. 카카오톡으로 유포된 문자의 내용은 허위 징집통보다. “대한민국 국방부, 전쟁 임박시 만 21~33세 전역 남성 소집. SNS 라디오 등 전쟁 선포 확인되면 기본 생필품을 소지하고 국방부 홈페이지에서 장소 확인 이후 긴급히 소집 요망.” 물론 국방부에서는 이런 징집명령을 내린 사실도, 검토한 사실도 없다. 경찰이 체포한 유포자는 대학생 김모(23)씨였다. ‘장난삼아 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초긴장 상태였다. 전군(全軍)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내려졌다. 전방 지역에는 중무장한 군 차량이 이동했고, 휴가 중이던 장병들이 속속 귀대했다. 접경지역 주민 2만명은 대피소에서 공포의 시간을 보냈다. 주식시장은 대폭락 사태를 겪으며 최악의 증시 공황을 겪었다. 이런 와중에 ‘대한민국 국방부’를 사칭한 국민 소집령이 유포된 것이다. 이 문자 하나가 던진 사회 불안은 말로 표현키 어렵다. 이런데도 경찰은 ‘대학생 장난’이라 결론냈다.
하기야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다. 포탄 수십발이 우리 영토에 떨어진 초유의 사태였다. 대한민국 전체가 위기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 유언비어가 유포됐다. ‘전시 상태 돌입’ ‘예비군 소집 명령’ ‘진돗개 하나 발령’ 등의 불안을 유발하는 내용이었다. 역시 국방부나 병무청으로 발신인을 조작했다. 당시에도 경찰은 유포자들을 훈방하거나 경미하게 처벌했다. 그리고 그때의 국기 문란 유언비어 사태가 지금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유언비어 유포는 그 자체로 사법처리 대상이다. 국방부 업무를 방해했으므로 위기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다.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타인의 영업을 방해하거나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해도 사법처리 대상이다.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문구를 특정인에게 반복적으로 보내는 행위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상의 벌금이 규정돼 있다.
하물며 국가 안위를 위협하는 유언비어다. 단순히 타인을 비방하거나 영업을 방해하는 행위와는 그 목적이나 파괴력에서 비교가 안 된다. 법이 정하는 최고의 형으로 처벌해야 맞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되어 있는 법정형의 최고인 ‘징역 5년’에 처해야 맞다.
이번 유언비어에는 예사롭지 않은 이적성(利敵性)도 있다. ‘발목 지뢰를 우리 측이 뿌렸다’거나 ‘북한 포격은 우리 정부 자작극이다’는 내용이다. 이는 북한의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21일 평양에서 외신 기자들을 모아 놓고 쏟아낸 거짓말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다. 명백한 이적행위이자 친북행위다. 북한에 동조하는 주장이고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내용이다. 이런 행위를 하는 유포자들을 어떻게 ‘장난’ ‘표현의 자유’ 등의 사유로 가벼이 다룰 수 있겠는가.
전방을 지키는 것은 군(軍)이고, 후방을 지키는 것은 경(警)이다. 지금 전방에서는 장병들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후방을 지키는 경찰이 지금 할 일은 국론을 어지럽혀 북한을 이롭게 만드는 유언비어를 추적해 이유 없이 엄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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