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긴장상태 속에서 남과 북이 고위급 접촉을 계속했다. 첫날인 22일에는 밤을 세워가며 10시간 동안 대화했고, 이어 23일 오후 3시 30분부터 두 번째 접촉을 이어갔다.
대화 직전까지 남북은 최고 단계 경계 발령(南)과 준전시태세 돌입(北)의 극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먼저 제의했고 우리 측 수정 제의가 받아들여지면서 만들어진 자리다. 대화의 당사자로 우리 측에서는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서는 황병서 조선인민국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취임 이후 남북을 대표하는 사실상 최고위급 회담이 됐다. 파국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극적 반전의 가능성을 기대하게 만드는 만남이다.
대화의 진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두 번째 대화가 진행 중인 23일 오후 늦게까지도 양측은 의견 접근을 보지 못했다. 남측은 북한에 대해 목함지뢰 도발과 대남 포격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했다. 남북 이산가족 만남, 5.24 조치, 금강산 관광 등의 포괄적 문제까지 거론된 것으로 일부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모두가 오랜 시간 응축돼온 남북의 현안들이다. 과연 이번 대화에서 얼마나 풀어낼 수 있을지, 또 풀어낸다 하더라도 그 신뢰를 어떻게 담보할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남북의 극적 대화가 고무적인 결과를 가져오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다만, 대화의 이면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호전적 움직임에는 여전히 강력한 견제와 감시망을 가동해야 한다. 국방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 대화가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해 잠수함 50대를 이동시켰다. 북한 전체 잠수함의 70%가 갑자기 우리 감시망에서 사라진 것이다. 또 대화를 제의한 시점을 전후해서 휴전선 주변의 포병이 두 배 이상 증가 배치했다는 정황도 확인됐다. 북이 대화 이면에서 전쟁 직전단계까지 병력 준비를 맞춰놓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회담의 우선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위협시위라고 보기엔 너무도 중대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정부의 냉철하고 단호한 판단력이 필요할 때다. 목함지뢰 매설로 우리 군인들이 발목을 잃었다. 이어 우리 땅에 느닷없이 포격까지 가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크다. 어설픈 타결이 나왔을 때 여론은 싸늘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최고 존엄’이라는 김정은에 대한 비난이 담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북의 입장도 좀처럼 좁혀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화 결과와 관계없이 남북은 언제든 무력충돌의 위험한 형국으로 다시 치달을 수 있다. 우리 정부에겐 달리 수가 없다. 강해져야 한다. 육해공군의 전력 배치를 극대화해야 한다. 한미 공조체제를 통한 전력 강화도 공고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회담에는 회담대로 최선을 다해 임하면서 군사력에는 군사력대로 강력한 대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이 회담장에서 악수하면서 잠수함을 이동시키는 북한의 수에 맞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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