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급 접촉 6개항 합의… 남북관계 새 국면
北, 지뢰도발 유감 표명… 南, 확성기 방송 중단
이산상봉 내달 실무접촉, 당국회담 조기 개최키로
도발 주체 모호하고 재발방지 약속도 명시 못해
무박 4일 43시간의 숨막히는 마라톤 협상이 한반도를 위협하던 일촉즉발의 군사적 충돌위기를 진정시키고 평화와 대화의 길을 열었다.
이번 접촉을 통해 북측이 지뢰 폭발사건에 대해 ‘사과’ 대신 ‘유감’을 표명하는데 그쳤지만 이산가족 상봉과 민간교류에 합의하고, 대화를 유지하겠다고 약속한 점에서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음을 보였다.
남북 고위급 접촉 대표단은 지난 22일부터 나흘째 협상을 이어간 끝에 25일 북측이 최근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측이 북한의 DMZ 지뢰도발을 계기로 대북 심리전의 일환으로 재개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새벽 2시 청와대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북측은 최근 DMZ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이날 정오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민간차원에서도 올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정례화하는 논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을 다음 달 초 갖기로 하는 한편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도발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와 남북관계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매우 다행스럽다”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와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남북이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결실을 볼 기회를 얻게 됐다.
북한이 지난 4일 DMZ 지뢰도발에 이어 20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를 겨냥한 서부전선 포격 도발까지 감행하면서 군사적 긴장이 급상승했지만 정부가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는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남북 대화를 통해 안보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도 지난 24일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북한을 압박했다.
반면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에 그치고 명확한 재발방지 약속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표현 등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홍일표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유감을 표명한 문항은 남북관계가 있어서 북한 도발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인 데 있어 굉장히 의미있고 중요한 협의고 앞으로도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극적 합의를 이끌어 낸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 북측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당 비서의 최고위급 ‘2+2 회담’이 남북 대화채널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남북이 상시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남북이 긴급한 상황이었음에도 장기간 준비된 회담에서나 나올 수 있던 공동보도문을 만들어 낸 것과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남과 북이 서로 대화의 필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민간교류 활성화에 합의했다는 점은 향후 남북관계가 발전될 수 있는 여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강해인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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