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일본 여론 왜곡하기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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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자 모든 신문을 장식한 사진이 있었다. 서대문형무소 추모비에 무릎 꿇은 하토야마 전 총리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보도됐다. 핵심 내용은 “(일제의 탄압에 대해)깊이 사죄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여기 서 있다”. 일주일 뒤에도 또 하나의 하토야마 기사가 나왔다. 12일 방문 때 행사비에 보태라며 3만엔(약 29만원)을 전달하고 갔다는 미담(美談)이다. 그는 실패한 민주당 정권 소속 야당 정치인이다. ▶와다 하루키 (和田春樹) 전 교수는 요사이 한국에서 더 유명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계속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제 침략도 “원천적으로 무효인 강제 합병”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의 학술대회에 단골처럼 등장한다. 한마디 들으려는 한국 언론이 늘 그를 쫓는다. 도쿄 대학 교수를 역임한 일본 학자지만 그의 신망은 요사이 한국에서 더 높아 보인다. 2013년(동북아국제협력상)과 2014년(파주북어워드 저작상)에는 한국에서 상도 받았다. ▶그제 한국 방송의 머리 기사는 일본 소식이었다. 일본 시위대가 ‘아베 반대’를 외치는 모습이 보도됐다. 일본 300여 곳에서 100만명이 참가했다는 설명도 붙었다. 다음날 신문 중에는 일본의 시민 혁명을 논하는 기사까지 있었다. 화면속 시위대의 어떤 푯말에도 위안부, 독도 등 한국 얘기는 없었다. 그런데도 사흘 앞으로 다가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소식보다도 비중 있게 한국 방송을 차지했다. ▶한국 언론의 대(對) 일본 보도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다. -와다 하루키를 포함한 일본 지식인들이 끝 없이 아베 정책에 비난을 가하고 있다. 여기에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권 인사들의 반(反) 아베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급기야 일본 총리 관저가 포위 당하는 민란(民亂) 수준의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결국 아베 정권은 국민에게 버림 받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같은 날(31일),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한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28~30일까지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지난달보다 8% 오른 46%였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은 10%나 줄었다. 이달 중순에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아베가 경쟁자 없이 재선될 것이 확실시된다는 분석도 이 즈음 나왔다. 한국 언론이 끌고 오던 보도흐름과는 다르다. ▶왜곡이다. 우리 구미에 맞는 언사(言辭)만을 골라내 보도했다. 일본 여론의 다수는 빼고 소수만 전해왔다. 일본의 진짜 여론은 무엇인가. 아사히 신문이 5월에 발표한 여론조사다(일본 국민 2147명 조사ㆍ우편 설문). 식민지 사죄는 충분한가-충분하다 65%, 불충분하다 20%. 독도는 어떻게 보는가-시마네현에 속한다 62%,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63.1%. 우리 언론이 왜곡한 일본의 진짜 여론이다.

김종구 논설실장/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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