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학교에 없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를 아예 벗어나 죽음을 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경기도 초·중·고등학생 가운데 2천173명이 자살 위험이 있다고 한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기도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 49만9천여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3.5%인 1만7천267명이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이는 전국 평균치 3.2%보다 다소 높은 수준이다.
검사받은 학생 가운데 1.9%인 9천484명은 지속적인 관리와 전문기관의 검사 의뢰 등 2차 조치가 필요한 우선관리군으로 분류됐다. 또 우선관리 학생 중에서도 자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 학생은 2천173명(0.4%)으로 파악됐다. 이 조사는 초등생 1·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초중고생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자살 위험군에 속하는 학생은 이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것은 청소년들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들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지난 7년동안 자살한 학생이 1천명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초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아동(0~17세)들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유엔아동기금(UNICEF) 조사 대상국가인 29개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고위험군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교육당국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지난 4월 6일 열린 주간업무회의에서 “보통 담임교사를 1년간만 맡는데,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가장 민감한 시기에는 2년 이상 맡도록 해 자살위험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담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안민석 의원은 “최근 10대들의 잔혹하고 우발적인 범죄가 계속 사회적 문제화되고 있는 만큼 교육 당국이 더욱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학생 정신건강 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인성교육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부터 초중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의무적으로 행해져야 하지만 준비가 미비한 상태다. 경쟁만을 부추기는 학교교육에 인성교육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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