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통일의 주요 키워드 ‘탈북자’

이명관 사회부 차장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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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오전 파주시 군사분계선 남쪽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북한 목함 지뢰 폭발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최고조의 긴장국면을 맞았다. 다행히 남북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에 도달했고,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등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통일과 관련한 얘기도 종종 들린다.

통일과 관련한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새터민이라 불리는 탈북자도 포함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양쪽 사회를 모두 경험한 새터민들은 일정 부분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새터민들은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적응을 잘하고 있을까. 일부 새터민들은 대한민국 사회와 체제에 녹아들며 잘 적응하고 있지만, 상당수 탈북자들은 적응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 주소이다. 얼마 전 수원지검에서는 북한으로 재입국하려는 탈북자를 구속기소하기도 했으며, 이 같은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검찰은 이같이 재입국하려는 원인으로 수십년간 살아왔던 북한과 전혀 다른 체제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빚까지 지는 등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꼽고 있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 사회를 이념적으로 받아들이고 오는 탈북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북한으로 재입국하려는 사례는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원지검은 지난 6월부터 새터민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새터민 전담검사제를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법률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탈북 피의자가 연루된 사건을 전담해 이들의 법률상담 및 구제방안 안내 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특히 위법행위를 저지른 탈북자들을 무조건적으로 처벌하기보다는 대한민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화·선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최근 수원지검은 0.18%로 면허취소 수준의 술을 먹고 운전한 40대 여성 탈북자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한국에서 음주운전이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음주운전을 처벌하지 않은 점, 이로 인해 북한 이탈주민들에겐 음주운전에 대한 죄의식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전혀 다른 사회와 체제, 이념 속에서 생활하던 새터민들을 똑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난하기보다는, 안아주고 품어줄 수 있는 여유와 지혜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명관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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