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최고의 의지처

인간은 길을 떠나는 존재다. 마치 사막을 걷는 여행자처럼. 저 편에 있을 행복이라는 오아시스를 찾아 한걸음 한걸음 사막의 뜨거운 모랫길을 걷는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가다 때때로 멈춰 서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나는 신기루에 홀리지 않고 정확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혹시 잘못 가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이 일어나면 알 수 없는 불안이 엄습해온다.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최선이어야 하는데…. 아니면 어쩌지?’ 이렇게 시작된 불안한 마음은 우리를 힘들게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의지처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요즘 마흔이 넘어가면서 어떤 일을 할 때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분명한 확신이 잘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삼십대에는 쉽게 결정되던 일들이 점점 어렵게 느껴지고, 이제 모험을 하기에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너무 지치고 힘이 들 때면, 가족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줘야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나도 든든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고 했다.

듣고보니 나도 예외는 아닌 듯 했다. 산책길에 스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결정장애가 생겼다고 모두들 인정하고 격하게 공감했다. 우리들도 수행자이기는 하지만 아직 수행이 완성된 성인이 아닌 수행단계에 있는 사람인지라 살면서 때로는 힘들고 지치기도 한다.

그럴때면 수행에 진척이 없어 힘들다는 솔직한 고민도 이야기하고, 약간의 푸념도 적당히 받아주고,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때로는 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든든한 의지처가 되줄 누군가가 있으면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한마디로 참 꿈도 크다.

명상 집중수행을 하던 어느 날, 잠자리에 누웠는데 그날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이 이어지다가 번쩍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내가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지. 나 자신보다 더 든든한 의지처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 누구도 나 보다 더 든든한 의지처가 될 수는 없다.”라고부처님께서 마지막 유훈으로 ‘자신을 의지처로 삼으라’고 하지 않으셨던가. 나는 부처님의 간곡한 말씀을 왜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을까?

그날 밤 나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해주고, 내가 의지해야 할 가장 믿을만한 대상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가장 든든한 의지처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는 참으로 오랜만에 어릴 적 느꼈던 어머니 품속에서처럼 편안하게 잠들었다. 다음날 같이 수행하던 삼남매를 둔 워킹맘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가 줄곧 이런 문제로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다 듣고난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그렇군요. 여태 왜 그걸 몰랐을까요! 이제 제게도 그 누구보다 든든한 의지처가 생겼습니다.”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듯 우리는 그날 전에 없던 든든함에 행복을 느꼈다. 다시 힘차게 살아갈 에너지의 근원을 찾은 것이다.

힘들어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기를 바람에게 부탁해본다. “우리에겐 언제나 내 편인,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의지처인 우리들 자신이 있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힘 내요.”라고.

도문 스님 아리담 문화원 지도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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