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비전없는 ‘2016년 정부 예산안’

민족의 명절 한가위가 가까워지고 있다. 바쁜 생활에 그간 자주 만나지 못한 일가친척들과 만나서 회포를 푸는 좋은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명절에 만나면 하지 말아야 할 얘기가 있다고 한다. 취업 준비 중인 조카들 부담을 주는 얘기나 혼기를 놓친 청년들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취업도 어렵고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포기한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긴 예전에도 종교와 정치 얘기는 명절날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주장하는 바가 다른 정치 얘기를 하다가 괜히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미리 방지하자는 의미였을 것이다.

친척들이나 옛 친구와 정치 얘기를 하다 보면 똑같은 일을 나랑 정반대로 해석하는 것을 보고 신기할 때도 있다. 나는 이 정부가 복지가 적어서 불만인데 어떤 친구는 복지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치 이야기는 어차피 해봐야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어서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일까?

국가 예산을 들여다본다면 현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 보다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 결국, 국가의 정책은 예산으로 투영된다. 국가가 어느 곳에 예산을 더 많이 지출하고 줄이는지를 살펴보면 불필요한 말다툼이 건설적인 토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저는 이번 추석 연휴 때, 친지 분들과 정치 얘기를 하는 대신 국가 예산 얘기를 할 것을 제안드린다.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됐다. 정부의 예산안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예산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소 부족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는 올해(2015년) 예산인 375조원 보다 3% 증가한 387조원을 편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추가로 편성한 예산(추경예산)을 고려하여 생각해보면 실제로는 올해 예산 385조원 보다 0.5% 증가한 것에 불과하다. 국가 예산 사업의 여력이 거의 증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취업난에 시달리면서 결혼은 물론 연애까지 포기했다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직장에서 퇴출당해서 빚을 받아 차린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늘어만 가고 있다. 고가의 사교육을 받지 못한 우리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이러한 산적한 문제를 국가의 예산 지출 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국가의 거의 모든 사업에는 필연적으로 돈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경기가 좋지 않고 해결할 문제가 더 많은 시기일수록 국가가 많은 예산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은 국가재정 운영의 기초이다. 그럼에도 2016년 정부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불과 0.5% 더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연금 예산까지 줄였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는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부채 문제로 예산을 증대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수증대 방안 없는 정부의 세입예산 때문에 국가부채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번 정부예산안은 아무런 국가운영의 철학이나 비전이 없는 예산안이라 할 수 있다. 국가부채를 줄이는 예산도 아니고 복지지출을 늘리는 예산도 아니다. 청년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도 없고 그렇다고 경기를 부양할 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예결산특위 간사라는 중책을 맡은 저는 이번 예산국회에서 정부의 예산안에 올바른 방향성을 마련하고자 한다.

첫째, 세입예산을 확대해서 복지재정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둘째, 특수활동비 예산과 재벌기업 위주로 편성된 예산을 찾아내고 삭감하도록 하겠다. 셋째,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고 서민, 청년 등 민생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겠다.

국가의 예산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이자 정치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혜를 줄이는 대신 서민들의 생활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국회 예결위 간사(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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