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병은 ‘미래유물전’ 기획자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며 ‘이건 나도 있는데 이렇게 전시될 수 있네’라고 생각하시면 참 좋겠어요. 당대의 것이 얼마나 고귀한 지, 지금 내 삶이 미래의 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고 전시실에서 고군분투한 민병은(사진) 기획자의 바람이다. 그는 지난 봄부터 미래의 유물들을 좀 더 쉽게 보여주기 위해 이천 시민들을 만났다.
근현대를 살아온 세대의 평범한 경험들이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우리의 유물이 된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유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위압감탓에 전시할 오브제를 구하기 힘들었다.
“전시 의도를 전하니까 어르신들이 절구통이나 옛 양곡기 등 민속품만 내놓더라고요. 20~30년만에 급속도로 현대화되면서 구닥다리 물건은 모두 버려버린 특수 상황이 있었던 거죠.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최근 물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시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들의 육성을 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만난 사람들에게서 특별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삼대째 농부로 살고 있는 김정식(79)ㆍ서금례(76) 부부, 이천 사람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갔다는 미미사진관의 이무정(76) 사장, 고려인에서 이천사람으로 살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 신나자(33)ㆍ유마리나(41) 등이 그들이다.
도농복합도시이면서 대기업 공장이 있고 결혼 이주 여성도 존재하는, 이천 지역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민씨는 많은 사연들을 설치, 사진, 영상 등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사람이 곧 이천, 나아가 우리나라 근현대사더라고요. ‘영월 신씨’인 고려인 신나자씨를 인터뷰하면서 ‘누가 다문화인가, 다문화는 존재하는가’라는 새로운 질문도 길어올렸고, 이 많은 아까운 이야기를 관람객과 공유하고 싶어요.”
인터뷰는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그가 아직도 이천 사람들의 삶에서 발화된 인생사에 대한 성찰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으로 그는 당부했다.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아이러니’입니다. 특별전 타이틀에서 ‘미래’와 ‘유물’, 두 단어가 함께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였죠. 결론은 인생사에 존재하는 아이러니를, 지금을 즐겨야 한다는 거에요.”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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