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가까이 하기에 너무 헷갈리는 ‘부평지하상가’
“부평지하상가 내 안내판이 오히려 헷갈리게 하네요. 어디가 어딘지 ‘미로’가 따로 없네요.”
30일 오전 11시 40분께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지하 출구 앞 분수대. 기둥 양쪽에 붙어 있는 지하상가 안내도 앞에는 3~5명의 관광객이 목적지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안내도를 한참이나 유심히 들여다보던 A씨(32·서울 영등포구)는 역전지구대 방면을 목적지로 잡고 이동했지만, 그가 향한 곳은 정반대인 문화의 거리 방면이 나왔다.
A씨는 또다시 계단을 내려와 주변을 한참 두리번거렸고, 휴대전화로 목적지 검색을 반복했다. A씨는 “부평지하상가가 동대문보다 좋다고 해서 왔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네요”라며 “지하로 들어오니 휴대전화도 위성항법장치(GPS)도 안돼 방향도 모르겠다. 안내판도 생소한 지리 명으로 되어 있어 이곳 주민이나 알까, 나 같은 외지인에겐 무용지물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부평지하상가 중앙에 있는 만남의 광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이곳은 광장을 중앙에 두고 9갈래 길로 나뉘어 있는데다 눈으로는 그 끝이 보이지도 않는다. 관광객이나 타지에서 온 사람들은 자칫 길을 잃기 십상이어서 곳곳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곳곳에 설치된 전자식 지하상가안내시스템은 오히려 관광객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관광객이 서 있는 방향과 관계없이 4갈래 길만 안내하고 있는 지도가 표시되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은 목적지를 향해 어떤 방향으로 출발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 같이 3만 1천692㎡ 규모에 1천400여 개가 넘는 점포, 31곳에 달하는 출구로 이뤄진 부평지하상가의 복잡함은 이미 전국적으로 ‘미로’, ‘던전’ 등으로 불리며 악명을 떨치고 있다.
부평구와 상인회 등이 20m 간격으로 지하상가 천정에 이정표를 달고, 출구마다 안내도를 설치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구의 한 관계자는 “이미 편의를 위한 시설은 많이 갖춰져 있지만, 초행인 사람은 간혹 길을 못 찾고 헤매곤 한다”며 “상인회와 협의해 노인인력 등을 안내요원으로 배치하는 방안 등 좀 더 입체적인 안내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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