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성남시 시민 순찰대 대원

우리동네 일등 일꾼 ‘홍반장’이 갑니다
밤길 귀가 무서워요~ 형광등 좀 갈아줘요~ 어디선가 무슨일이 생기면!

▲ 강재호 대원, 강현숙 기자, 정진홍 대장, 이정우 대원(오른쪽부터)이 함께 태평4동을 순찰하고 있다.

간혹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누가 내 택배 좀 안전하게 받아줬으면, 벽에 못을 박아야 하는데 누가 전동드릴 좀 빌려줬으면, 야근하고 밤늦게 퇴근할 때 누가 마중 좀 나왔으면…. 바쁜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생각 또는 상상들이다.

아주 사소한 일이고, 누군가에게 손을 빌리기엔 약간 뻘줌한 부탁이기도 하다. 생각과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 있다. 바로 성남시다. 성남시에 가면 시민순찰대가 있다. 이름 그대로 시민들이 시민을 순찰한다.

 

순찰대의 주업무는 여성 안심귀가, 아동 등ㆍ하교, 택배보관 및 전달, 생활공구 대여, 취약계층 집수리, 순찰 등이다.

기존 시청, 주민센터, 경찰서, 소방서 등의 관공서에서 소화할 수 없는 아주 디테일한 시민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저 단순하게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사정을 살피는 ‘순찰(巡察)’하는 수준의 ‘돌아봄’을 뛰어넘는다. 눈으로 ‘보고(see)’, 손과 마음으로 ‘돌봄(care)’한다. 이는 그냥 과찬이 아니다.

지난 9월 23일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행복사무소에서 1일 시민순찰대원으로 변신해 직접 활동 후 얻은 결론이자, 느낌이다.

▲ 기자가 강재호 대원(오른쪽)을 도와 수정구 시민로 257번길 1번지에 거주하는 강금복 할머니 댁의 보일러관을 스티로폼으로 감싸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창설 두달만에 총 1천126건 서비스 제공

9월 23일 오후 2시, 태평4동 행복사무소(수정구 시민로 229-1)에 도착했다. 시민순찰대원들의 보금자리인 행복사무소는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태평4동 행복사무소에는 현재 공개모집을 통해 임기제 공무원으로 선발된 12명과 일자리사업 참여자 5명 등 총 17명의 대원들이 3교대로 근무 중이다.

 

기자의 1일 체험을 도와줄 정진홍 대장(62)은 퇴직 후 시민순찰대에서 인생 제2막을 시작한 케이스다. 그만큼 책임감이 남다르다. 또 20~60대 다양한 연령층의 대원들을 아우르는 포용력이 뛰어난 대장이다. 무엇보다 시민순찰대원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 수정구 태평4동을 비롯해 중원구 상대원3동, 분당구 수내3동 행복사무소에 시범운영 중인데 현재 태평4동이 가장 많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성남 본시가지에 해당하는 태평4동의 지역적 특성이 시민순찰대의 역할과 딱 맞아 시민들의 수요가 많습니다. 그만큼 대원들이 고생이지만 행복감도 큽니다.”

 

정 대장의 말처럼 태평4동 행복사무소는 9월 23일 기준 ▲여성 안심귀가 62건 ▲택배보관 및 전달 26건 ▲생활공구 대여 41건 ▲취약계층 23건 ▲순찰활동 640건 ▲기타 334건 등 모두 1천126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7월 말 창설돼 두 달동안 꽤 많은 활동을 한 것이다.

 

정진홍 대장, 강재호(26), 이정우(23) 대원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번째 미션은 수정구 남문로 125번길 19-1에 거주하는 박준섭씨의 부엌 형광등을 교체하는 것.

기자는 해당 주소지를 찾아가는 그 자체가 미로같이 어려웠다.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은 아직도 옛 달동네의 풍경이 남아 있는 곳으로 가파른 경사의 오르막길이 까마득하고, 20평 부지에 연립주택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들어서 집 찾기가 어려운 지역이었다.

허나, 대원들에겐 식은 죽 먹기. 대학생같은 외모의 강재호 대원은 두 아이의 아빠답게 형광등 교체를 뚝딱 해치웠다.

 

▲ 정진홍 대장(사진 왼쪽)과 기자가 태평4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소외계층에 전달할 쌀을 전달받고 있다.

박씨네 형광등 교체 후 바로 시민로 257번길 1번지를 찾아갔다. 강금복 할머니는 순찰대원을 먼저 알아보고 반겨주었다. “곧 추워지는데 밖에 있는 보일러관좀 스티로폼으로 싸달라고 행복사무소에 전화했는데. 아이고 고맙기도 해라. 보일러 얼고 터지면 나같은 노인네는 겨울이 무서워.” 대원들은 강할머니의 겨울을 책임져줄 보일러관을 스티로폼으로 꼼꼼하게 싸면서 불편한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할머니를 안심시켰다.

 

그 다음 태평4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주민센터에서 추석을 앞두고 소외계층에게 나눠주는 쌀 배달을 돕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남문로 121번길 28번지 이재준(77) 할머니댁. 이 할머니는 뇌졸중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했다. 순찰대원이 10kg 쌀을 들고 방문하자 “이렇게 착한분들이 있으니 나같이 없는 사람이 살 수 있는거여. 고맙소.”라고 연신 감사인사를 전했다.

 

오후 4시, 행복사무소로 급히 복귀했다. 백성권씨가 전동드릴을 대여하러 오기로 한 시간이었다. 백씨는 “전동드릴의 경우 꼭 필요하지만 사용횟수가 많지 않고 가격이 부담돼 예전엔 공구상가에서 돈을 주고 빌려 썼는데 행복사무소에서 생활공구를 빌려 집 고칠 때 유용하게 쓰고 있다. 성남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성남시민이라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 공공성 강화 핵심사업에 맞는 ‘투철한 사명감’ 무장

오후 5시부턴 2반장 양병환(35) 대원, 이선자(45ㆍ여), 서종윤(58) 대원과 함께 본격적인 지역순찰을 시작했다.

 

정신없이 바빴던 오후와 달리 저녁 순찰은 다소 여유로울거라 기대했다. 그러나 언덕배기 골목길이 문제였다. 그냥 평지를 순찰하는 것과는 달리 체력소모가 컸다.

종아리가 땡기고 오후 2시부터 쉬지 않고 걸은터라 피곤이 확 몰려왔다. 유도 5단ㆍ태권도 4단ㆍ합기도 2단의 ‘만능 스포츠맨’ 양병환 2반장은 산다람쥐처럼 날렵했다. 대신 골목골목을 꼼꼼하게 살피고 동네 어르신들과 일일이 인사하는 등 친화력이 뛰어났다.

▲ 강재호 대원이 기자에게 지역순찰용 전기자전거 운전법을 알려주고 있다.

영장산 정상까지 순찰하고 다시 행복사무소까지 내려오는 1시간30분 동안 대원들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오후 6시 40분경, 골목길을 걷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다급하게 순찰대원을 불렀다. 술취한 어르신이 머리를 바닥에 쿵하고 쓰러진 것을 학생이 목격하고 일으켜 세우던 찰나였다.

마침 어르신의 집을 알고 있다는 주민을 만나 대원들은 어르신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렸다.

이처럼 대원들의 업무는 사소하다. 맨홀 뚜껑 열린 것도 신고하고 독거노인 건강도 확인하고 청소년 계도도 하고, 취약계층 샤워기 호수도 교체해 준다. 그야말로 전천후 활약을 하고 있다.

시민순찰대는 생각했던 것 보다 바쁘고, 힘들고, 다리 아픈 삼중고의 직업군이었다. 젊다고, 체력이 좋다, 스펙이 화려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지방자치 역사상 처음으로 창설한 성남시 민선 6기 안전부문 ‘공공성 강화’의 핵심 사업인 시민순찰대의 창설 이념에 맞는 마인드와 봉사정신이 중요하다.

 

태평4동 행복사무소 정진홍 대장은 “우리 시민순찰대원은 투철한 사명감과 봉사정신으로 주민 생활불편 사항을 해결하고 24시간 방범활동, 그 외에도 주차질서계도 및 쓰레기 불법투기 계도 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태평4동이 살기 좋은 행복한 마을만들기와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시민순찰대가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성남=강현숙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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