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좀비기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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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불황이 빚어낸 신조어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혼밥족’은 혼자서 밥먹는 사람들의 줄임말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혼밥족이 늘었다. 혼밥족 중에서도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끼를 해결한다면 ‘편도족’이다. ‘편의점 도시락 족(族)’의 줄임말로 돈은 없고 바쁘고 혼자 있다보니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도시락 등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최근 ‘깔세’가 늘고있다. 보증금 없이 몇 달치 월세를 미리 내는 것을 가리킨다. 깔세 점포는 별도의 상호없이 ‘눈물의 폐업처리’ 등 자극적인 문구를 내걸고 장사를 하다 사라지는 점포다. 20대 취업난을 반영하는 조어로는 ‘인구론(인문계 구십%가 논다)’ ‘문송(문과여서 죄송합니다)’ ‘지여인(지방대 여자 인문대생)’ 등이 많이 쓰인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계속 연명해 나가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불린다.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통상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이 해당한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좀비기업은 2010년 24.7%에서 올해 1분기 34.9%로 크게 늘어났다. 경쟁력이 없어 저금리의 정책자금 지원이라는 산소호흡기를 떼면 언제든 죽지만 경제에 미칠 충격 등을 생각해 정부가 차마 메스를 대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를 ‘한계기업’으로 정의해 분석했다.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은 2009년 2천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천295개(15.2%)로 증가했다. 좀비기업이 느는 것은 경기가 좋지않다보니 상환능력이 떨어졌고, 그 가운데 일부 기업은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구조조정이나 혁신 등 성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돼 위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차입금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된 것도 원인이다.

대출에 의존에 근근이 연명하는 기업은 국가 경제에 큰 해악을 끼친다. 국제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좀비기업은 우리 경제를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바뀔 수 있다. 금융사에서 신용평가를 엄격히 하는 등 기업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악,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구조조정을 하는 등의 선제적 관리를 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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