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남자] 박준식 ‘달이 지나가는 길’

남북 둘이 아닌 한가위 ‘민족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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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말 우리가 ‘연평해전’으로 부르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이후로 남북관계는 급격히 경색되었고 그로 인해 남북 이산가족상봉은 물론 민간단체들 간의 교류도 완전히 고립되어 버렸지요.

 

1948년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된 이후 남북 이산가족은 약 1천 만 명을 헤아린다고 해요.

1983년 KBS는 “누가 이 사람을 아시나요?”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이산가족찾기 특별생방송을 진행했지요.

이 방송이 계기가 되어서 1985년 8월에 남북은 제8차 적십자회담에서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을 발족시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게 됐지요.그렇지만 그런 상봉의 순간도 한 순간 뿐이었어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정례화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다가 15년 전인 2000년에 ‘6ㆍ15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매년 약 두 차례씩의 상봉이 정례화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죠.

 

그런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남북 이산가족 간의 상봉횟수도 줄어들었어요. 결국 연평해전이 터지면서 상봉은 멈춰버렸죠. 박준식 작가의 ‘달이 지나가는 길’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바로 전 해인 2007년 추석에 촬영한 영상 작품이에요. 지금 보고 있는 저 그림은 그 영상작품의 한 장면이죠.

 

작가는 자유로를 달려서 임진각까지 갔어요. DMZ로 가로 막혀서 오고가지 못하는 한반도의 이산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그가 풀어낸 것이 저 달이었어요. 저 달은 남북한을 둘로 나누지 않는 ‘하나의 달’이잖아요. 

한가위를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달이잖아요. 남북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 흩어져서 사는 디아스포라의 조선인들에게 한가위의 풍요를 가져다주는 공통의 달이 아닐는지요. 박준식 작가는 임진각에서 남북을 지나가는 저 달의 모습으로 하나의 조국을 상상했던 것이에요.

김종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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