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반환공여지의 지속 가능한 활용 방향-
이 외에 지뢰밭, 방호벽, 참호, 철책, 군용비행장, 탱크와 포 진지, 사격장, 훈련장 등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가득하다. 여기에 더해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과밀화억제 차원의 규제가 중층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민들은 60년여 동안 재산권 행사에 지대한 제약을 받아왔고, 위압적이고 거친 거주환경을 감내해야 했다. 생활도 정서도 모두 핍진해졌다. 지역민들이 응당 누렸어야할 기회비용을 따져본다면 최하 수백 조원이거나 그 몇 갑절은 족히 될 것이다.
주한미군이 군사력 축소와 함께 수도권 남부로 단계적 후진 배치됨에 따라 경기북부에 주둔했던 부지들이 여러 곳 비워지게 됐다. 정확히는 29곳 145㎢(즉 4천370만평)에 이른다. 이 반환공여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에 대한 여러 주장과 요구들이 있다. ‘공원ㆍ연수수련시설ㆍ행정청사를 새로 짓자’는 의견부터, 기업과 민자 사업을 유치하거나 소공단을 세우자는 제안도 있다.
그런데 반환공여지의 사용을 고민하면서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삶이 오래도록 이어질 이 터전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미래상(未來像)이다. 현재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대부분은 무분별한 건축, 거주와 공장 등 이질적 공간의 혼재, 복잡하고 비좁은 도로, 급조된 기반시설 등 산만한 도시설계와 미시적인 인허가행정으로 혹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떠한 문화적 매력도 경관적 조화도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난관은 반환공여지의 무상제공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국방부)는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경기북부 여러 지자체에 부지를 쓰려면 거래시가에 준해 매입하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반환공여지 매입을 위해서는 한 곳당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의 자치예산이 소요된다. 전국 평균 45%에도 못미치는 열악한 재정자립도 상황 하에서, 장기분할상환을 한다 치더라도 해마다 그 부담이 만만치 않고, 그만큼 지역민들의 복지예산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나서서 천문학적인 예산을 무상지원한 부산시민공원(3천439억원대)이나 국립용산공원(1조2천억원대) 등 반환공여지 지원 사례를 언급치 않을 수 없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렇게 차별적이고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피해를 참고 인내해주니 이제는 아예 업신여기는 꼴이다.
발전소, 댐, 폐기물처리시설, 송전탑이나 변전시설, 방폐장, 기타 혐오시설이 입지한 곳의 지역민들은 개별 지원법에 따라 충분하진 않지만 나름 고무적인 정부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이 제정되고도 경기북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홀대받고 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반환공여지에 대한 지자체의 우선권과 국방부, 교육부, 행자부, 문광부, 환경부 등 정부의 책무들이 소상히 적시되어 있다. 무상 양여도 능히 가능하다.
국토균형발전과 접경낙후지역 지원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현행법을 근거로 해결할 방법은 충분하다. 모호하고 부족하다면 법을 개정하면 된다. 국방안보라는 대의를 위해 묵묵히 희생해온 주민들을 위해 ‘보상’은 아닐지라도 뜻깊은 ‘배려’를 기하는 것이 도리다.
반환공여지는 경기북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수도권 전체의 지속가능한 생명력을 불어넣어줄 거국적 자원으로 쓰여져야 마땅하다. 반환공여지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경기북부의 ‘오래된 미래’다.
박정 새정치민주연합 파주을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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