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열어야 가을 열린다

[kt wiz 시즌결산] 5. ‘과감한 투자’ 강팀으로 가는 지름길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기 전 기자들은 더그아웃을 찾아 감독과 얘기를 나눈다. 

전력에 대한 이야기, 그날 선수 라인업, 컨디션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때 오간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kt wiz 더그아웃은 침묵이 흘렀다. kt의 승률이 1할대에 머물면서 조범현 감독에겐 안부를 묻는게 전부였다.

 

시즌 초반 kt는 뼈대가 약했다. 지난겨울 FA로 영입한 3명(박경수ㆍ박기혁ㆍ김사율)의 계약 총액은 44억원으로 특급 FA 한 명 몸값의 절반도 안 됐다. 외국인 선수 4명(필 어윈, 앤디 시스코ㆍ크리스 옥스프링ㆍ앤디 마르테)의 몸값도 다른 구단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뛰어난 외국인 투수들과 FA 선수들을 영입해 2년 전 1군 무대에 뛰어든 제9구단 NC 다이노스와 비교되기 일쑤였다.

 

물론 kt도 내부 사정이 있었다. kt그룹은 지난해 8천여명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야구단에 추가 지원을 내주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선수를 영입하려다 보니 골격을 강화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정이야 어떻든 전력 평준화가 리그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볼 때 kt가 민폐를 끼치는 것은 분명했다. 프로야구 최초의 ‘시즌 100패 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고, 1982년 삼미(승률 0.188)보다 2015년 kt가 더 약해 보인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kt는 전력 강화를 위한 트레이드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의 질타를 맞고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망주 투수 박세웅을 포함해 안중열ㆍ이성민ㆍ조현우를 롯데 자이언츠로 보내고, 거물 포수 장성우를 포함해 윤여운ㆍ최대성ㆍ이창진ㆍ하준호를 데려온 건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였다.

부진을 거듭하던 외국인 투수 앤디 시스코와 필 어윈의 교체도 과감했다. kt가 올 시즌 신생구단 최다승 타이기록(52승)을 달성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 kt가 순위 싸움에 뛰어들기 위해선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특히 선발 투수진의 전력보강이 절실하다. 다행히 황창규 kt 회장은 1군 데뷔 시즌에 큰 가능성을 보인 야구단에 통 큰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kt의 관계자에 따르면 황 회장은 “내년 시즌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하고 싶다”는 조 감독의 포부에 찬사를 보내며 “적극 투자하겠다”고 화답했다는 후문이다. 모기업 최고경영자의 약속이 이행된다면 kt는 정상급 외국인 투수 영입은 물론 특급 FA 계약을 통해 데뷔 두 번째 시즌 만에 한 단계 도약을 꿈꿀 수 있을 전망이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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