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맘’(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 핫이슈였다. 지난 8일 용인의 18층짜리 한 아파트 화단 앞에서 길고양이 집을 만들던 50대 여성이 누군가 던진 벽돌에 맞아 숨지면서 이슈로 떠올랐다. 벽돌을 던진 이는 길고양이에 극도의 혐오증을 가진 사람의 소행이 아닐까 추정됐다.
‘용인 캣맘 사건’을 계기로 고양이 애호가를 두고 인터넷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길고양이를 동물보호 측면에서 돌봐야 한다는 이들과,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만큼 보호해선 안된다는 이들로 나뉘어 시끄러웠다. ‘캣맘 엿 먹이는 방법’이 포털사이트를 도배하는 등 캣맘 혐오증도 대단했다.
사건 초기 단서를 찾지 못했던 경찰은 현상금을 내걸고 전단지를 뿌렸다. 범행에 쓰인 벽돌이 범인 몽타주를 대신했다. 경찰은 벽돌이 날아온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3차원 스캐너까지 동원했다. 또 아파트 입주민들의 DNA를 확보하는 등 범인 찾기에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 한 초등학생이 용의자로 밝혀졌다. 이 남학생은 친구들과 학교에서 배운 물체 낙하실험을 해보기 위해 ‘옥상에서 물체를 던지면 몇 초만에 떨어질까’를 놓고 놀이를 하던 중 벽돌 하나를 아래로 던졌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어쩌다 고양이에게 초점이 맞춰져 논쟁이 뜨거웠지만 정작 심각한 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물건으로 인한 피해다. 용인 사건처럼 고층 아파트에서 날벼락처럼 물건이 떨어져 주민이나 행인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목숨까지 위협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차량 파손 같은 재물 피해는 물론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고의라면 살인이나 살인미수로 볼 수 있는 중범죄임에도 범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달 15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도 초등학생 3명이 10층에서 주먹만 한 돌을 던져 지나가던 40대 여성이 머리를 맞아 크게 다쳤다. 이 여성은 이마 부위가 8㎝ 정도 찢어졌고, 당시 말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뇌의 충격이 컸다. 아파트에서 물건 던지기는 특히 초등학생들이 많다. 장난으로 우유팩을 던지기도 하고, 뜨거운 컵라면을 던지기도 한다. 침을 뱉고 계란도 던진다.
고층에서 던지는 물건은 중력이 가해져 흉기나 다름없다. 3kg의 물풍선을 5층 아파트에서 떨어뜨리는 실험 결과, 차량 유리가 깨지고 보닛이 찌끄러졌다. 초등생들이 호기심이나 장난으로 던지는 물건이 흉기가 되고 살인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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