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滿山紅葉)의 계절이다. 말 그대로 온 산이 단풍이 들어 붉게 물들었다. 동네 앞뒤 산은 물론이고 멀리 강원도, 전라도, 충청도 등 전국이 울긋불긋하다. 주말에만 수도권에서 30만~40만 대의 차량이 빠져나간다고 하니 이곳에서만 대략 200만 명 가까운 인파가 이 가을이 선사하는 절세 풍광을 가슴속에 새기려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가을이 주는 선물은 단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풍성함만은 아닌듯싶다.
▲단풍으로 유명한 산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우선 흔히들 생각하는 산이 설악산과 내장산이다. 설악산은 웅장한 바위와 어우러져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이 그야말로 하늘에서 오색의 물감을 뿌리듯 아름답기 그지없고, 내장산은 그 붉디붉은 단풍이 산을 끼고 흐르는 계곡마저 물들여 붉은 마음을 갖게 한다.
어디 이뿐인가? 바로 가까운 광교산과 청계산 단풍도 수백만에 가까운 등산객들의 단심(丹心)을 흔들기에 그리 부족함이 없고, 화성 융건릉내 활엽수림도 이 가을 연인이나 가족이 단풍비를 맞기에 적합하다. 아마도 모든 이가 홍엽에 빠져 볼만한 산을 하나 이상쯤은 기억하고 있을게다.
▲금수강산(錦繡江山), 우리의 자연은 이 가을에 그렇게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화답(和答)은 과연 어떨까?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얼마 전 오른 광교산 곳곳에서는 술판이 벌어지고 고성방가에 방뇨까지 행해지면서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었다.
집 근처 수원과 용인 경계인 매미산도 보이지 않는 붉은 낙엽 속에서 버려진 술병과 먹다 남은 음식, 심지어 집에서 가져온 듯한 가재도구까지 정성스럽게(?) 감춰져 있었다.
▲부메랑 효과로, ‘준대로 받는다’는 법칙이 있다. 자연의 품이 아무리 넓고 깊다고 하지만 무작정, 무한대로 주지만은 않는다.
우리가 만산홍엽을 만끽하는 기쁨을 선사받으면서도 그에 대한 자연의 고마움을 모르면 자연은 언젠가 인류를 버린다. 그 때문에 지구촌 곳곳에서는 보전이니, 보호이니 하며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늘, 혹은 내일이어도 좋다. 낙엽 속에 묻히고 싶어 산에 오른다면 한 번만이라도 이 가을, 낙엽의 선물에 붉은 마음을 담은 화답을 하고 오자.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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