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여년 만에 같이먹는 첫 점심… 애틋한 ‘혈육의 情’ 나눠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첫날보다 편안한 표정… 사진 함께 보며 못다한 회포 풀어
감격·선물 안고… 오늘 작별상봉 후 또 기약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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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을 위한 소중한 선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개별상봉에 참석하는 북측 정세화(87) 할아버지가 남측에서 온 동생 정순화(86) 할머니에게 줄 선물을 꼭 안고 있다. 연합뉴스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고령의 남북 이산가족에게는 금강산에 내린 쌀쌀한 빗방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상봉 2일째인 21일 남북 이산가족은 공동중식을 통해 헤어진 지 60여년 만에 함께 점심을 먹었다. 특히 첫날보다 한층 편안해진 표정으로 서로 보듬었다. 남북 이산가족은 이날 낮 12시30분 금강산호텔에서 두 시간 동안 공동중식을 갖고 첫날 못다한 회포를 풀었다.

 

이날 식사 메뉴로는 볶음밥과 닭고기 완자 맑은 국, 생선 락화생(땅콩) 튀김, 버섯고기완자 볶음, 잣죽, 김치, 샐러드 등이 제공됐다. 이와 함께 들쭉술과 대동강 맥주, 금강산 샘물(생수), 은정차, 배향단물(배맛 주스) 등이 마실 것으로 나왔다. 북측 관계자는 은정차에 대해 “원래 녹차인데 원수님께서 은혜로 돌려주셔서 은정차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전 9시30분 금강산호텔에서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상봉에서 남북 이산가족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애틋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전날 격한 감동의 눈물을 흘린 가족들은 한결 어색함을 덜어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가슴 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풀어냈다.

 

북측 도흥규 할아버지(85)의 외조카 윤인수씨(59)는 개별상봉이 끝나고 “어제는 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사근사근 잘 얘기하셨다”고 편안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북측 남철순 할머니(80)의 여동생 순옥씨도 “어제는 조금 어색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방에서 웃고 떠들고 조금 편하게 얘기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오후 4시35분에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이 진행됐다. 상봉장 테이블 위에는 생수, 사이다, 캔커피, 강정, 단물(젤리), 물티슈 등이 담긴 종이 가방이 마련돼 오랜 시간 떨어져 있었던 가족끼리 간식과 함께 그간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풀 수 있도록 했다.

또 남측 이산가족들은 미리 준비해온 사진을 북측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흩어졌던 기억의 퍼즐을 맞췄으며, 북측 가족들은 남측에 있는 다른 가족들의 안부를 물어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다만 이날 오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남측 상봉단의 염진례 할머니(83)는 건강상의 이유로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의료 지원 인력들은 염 할머니가 고령에 먼 길을 와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데다 소화기관 장애까지 겹치면서 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전날 금강산에 모여 단체상봉 및 남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 참석한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 오전 작별상봉을 끝으로 2박3일간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또다시 기약없는 이별을 할 예정이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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