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제 개편으로 저출산 해결 어렵다

새누리당이 21일 당정협의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학제 개편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학업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입직(入職) 연령이 높아진 게 만혼과 저출산의 원인이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초ㆍ중등학교 학제 개편을 주문한 것이다. 정부는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이 만 5세로 낮아지고, ‘6(초)-3(중)-3(고)-4(대)년제’인 학제가 ‘5-3-3-4년제’ 또는 ‘6-5(중ㆍ고 통합)-4년제’로 개편하는 방안이 중장기 과제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6-3-3-4’학제의 개편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으로 ‘6-4-2-4’안이, 2004년에는 고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5-3-4-4’안이 제시됐다. 2007년 노무현정부에선 입직 연령을 2년 낮추고 퇴직 연령을 5년 늘리는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을 내놓으며 ‘5-3-3-4’제로의 개편을 추진했다. 2009년 이명박정부땐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극복 차원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모두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견수렴 등의 과정없이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하다 무산됐다. 학제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있었지만 국가 교육체계를 흔드는 일인데다 대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이번 학제 개편도 현실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진출 시기가 빨라지면 결혼이나 출산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데 이에 동조하기 어렵다. 조기 졸업이 조기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가. 지금도 졸업 후 취업이 안돼 각종 학원을 전전하며 스펙을 쌓고 있는데, 빨리 졸업하면 빨리 취업해 빨리 결혼하고 아이를 좀 더 낳을 것이란 발상이 황당스럽다. 탁상공론으로 보인다.

학제 개편을 하려면 교육과정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인지능력 발달단계 등에 맞춰 구성돼 있기 때문에 교사 양성부터 교구 개발 등 교육 전반적인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은 한 초등학교 입학 하향화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번 학제 개편 논의에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학제 개편은 당연히 교육적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 학교 현장에 가져올 변화, 입시와 취업 등 사회적 파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학제 개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