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시, 정체성 없는 區명칭 바꾸기 옳다

인천시가 추진하는 행정구역(군·구)명칭 변경 사업은 명분 있고 옳은 시책이다. 인천시 산하 10개 행정구역 가운데 동구·중구·남구·서구·남동구 등 명칭은 단순한 방위(方位)개념에 따라 행정 편의적으로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은 실제 방위와 맞지도 않고, 지역의 역사성이나 특성이 전혀 담겨있지 않아 지역 정서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구난방 식으로 붙여진 행정구역 명칭 정비는 ‘인천의 정체성 찾기’사업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인천시의 구(區)명칭은 과거 옛 시 청사가 중구에 있던 때를 기준으로 행정구역이 시청의 동쪽에 있으면 동구, 남쪽에 있으면 남구라는 단순 도식(圖式)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시 청사가 1985년 지금의 남동구로 옮겨지면서 이런 방위개념의 명칭은 의미가 없어졌다. 행정당국이 행정구역 이름을 정할 때 그 명칭에 내장될 의미에 대해 깊은 연구와 노력 없이 쉽게 이름을 붙인 결과 이제 와서 번거롭게 명칭 변경이 거론되는 거다.

인천시의 용역 발주로 작성된 인천발전연구원(인발연)의 행정구역 명칭 정비 방향 보고서를 봐도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걸 알 수 있다. 인발연의 설문조사 결과 동구·중구·남구·서구의 명칭이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69%나 됐다. 반면 지역적 특성을 나타낸 연수구·부평구·계양구와 강화군·옹진군 명칭은 적합하다는 의견이 74%로 나타났다. 남동구 명칭은 부적합 의견(46.5%)과 보통·적합의견(53.5%)이 비슷했다.

후보에 오른 개명안은 중구의 경우 개항장이라는 상징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제물포구, 동구는 옛 지명을 살릴 수 있는 화도구나 수도국산 인근 소나무가 많았던 특성을 반영해 송림구 또는 송현구로 바꾸자는 의견이 많다. 서구는 연희구·검단구·서곶구로, 남구는 미추홀구나 문학구로, 남동구는 구월구 또는 논현구로 이름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았다.

행정구역 명칭(지명)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자연·역사·지리·풍수, 그리고 인간사에 연유를 두고 있어야 하며 그 고장의 지나간 역사를 이해하는 거울이 될 수 있도록 학계 등의 중지를 모아 신중하게 지어야 한다. 단순한 행정구분의 명칭에 그치지 않고 문화적 배경을 지니고 있어야 가치 있고 소중한 거다. 하지만 명칭 바꾸기는 많은 행정력과 비용이 필요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의결·행자부 승인·법제처 심사·국무회의 의결 등 행정절차도 복잡하다. 따라서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군사적전 하듯 성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주민의 공감대를 높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