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아파트 분양시장에 사상 최대 물량이 쏟아지는 가운데 곳곳에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들의 소나기 분양이 이뤄지면서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3년 후 입주 시점에는 주택경기가 출렁이면서 입주 포기자가 속출하는 이른바 ‘입주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오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문을 연 24곳의 아파트 모델하우스엔 올 들어 최대 규모인 3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분양 열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에 짓는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모델하우스에는 사흘간 15만여 명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용인 한숲시티는 전용면적 44~103㎡ 6천725가구가 한꺼번에 공급되는데 내방객들이 넘쳐 모델하우스 입장에 30분 넘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부동산114 집계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23일까지 전국 신규 아파트 분양물량은 모두 37만여 가구로 지난해 1년치 분양물량(33만가구)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까지 50만 가구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6년 이후 최고치다.
주택시장의 이상과열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분양에선 하루 만에 12만 명이 몰렸다. 37가구를 모집하는 전용면적 84㎡ B형에는 3만6천427명이 접수해 청약경쟁률이 984대 1이나 됐다. 부산 해운대의 펜트하우스는 3.3㎡당 분양가격이 7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서울 강남에서도 3.3㎡당 평균 4천만원을 웃도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 폭주’와,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 시세차익을 좇는 투자자들의 ‘묻지마 청약’이 그칠 줄 모른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지속된 저금리, 전세난 등의 여파로 신규 분양시장에 불이 붙었지만 내년 이후에도 이런 열기가 이어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올해 하반기에 분양된 물량이 대거 입주시기를 맞는 2018년 상반기엔 과잉 공급에 따른 미입주 물량이 크게 늘어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을 관리ㆍ감시해야 할 정부는 손을 놓고 방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 꺼질지 모를 분양시장의 거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고 주택 공급 과잉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청약자격 제한이나 전매제한 강화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공급 과잉은 주택가격 폭락을 예고한다. 주택시장의 붕괴는 가계 파산과 금융 부실이란 재앙을 불러온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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