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목재·찢어진 천막 등 곳곳에 가연물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건조한 날씨로 인해 곳곳에서 화재 사고가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전통시장의 화재 예방 대책은 사실상 전무, 대형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화재 초기 진화를 위해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의 사용법을 모르는 상인이 태반인데다 관리가 엉망으로 이뤄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시장. 시장 한 쪽에 설치된 비상소화장치함이 폐지와 바구니, 과일박스 등으로 가려져 있어 비상 시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워 보였다. 더욱이 비상소화장치함에는 비밀번호로 열 수 있는 자물쇠가 달려 있었지만, 주변 상인들은 비밀번호를 알지 못했다. 이곳에서 장사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A씨는 “비밀번호도 모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시장도 비상소화장치함의 잠금장치가 심하게 녹슬어 있었고, 경비실에 게시된 소방안전센터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동수원 우체국’으로 연결되는 등 관리가 부실했다.
같은 날 오후 1시30분께 오산시 오색시장에서는 상인들이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바닥에 그려진 노란색 안전선을 무시한 채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좁아져 화재 시 대형참사가 우려됐다. 또 곳곳에 소화기가 구비돼 있었지만, 정작 상인들 상당수가 사용법을 알지 못했다.
앞서 지난 30일 오전 10시30분께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민시장. 5일장을 맞아 북새통을 이루면서 인근 도로는 노점상으로 빼곡했다. 상인들은 LPG 가스통 위에 적치물을 올려놓는가 하면 대형 버너와 불과 2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소화시설 없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장 내부에는 화재 발생 시 사용돼야 할 옥외소화전이 망가져 먼지가 가득 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상인 B씨(58·여)는 “장사하기 바빠 옥외소화전이 고장 난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 곳곳에는 불이 잘 붙는 가연물로 가득했다. 마른 목재와 찢어진 천막이 널브러져 있었고, 심지어 시장 건물은 불에 잘 타는 소재로 지어져 위태로워 보였다.
정기신 세명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은 공간 확보가 어려운 탓에 화재시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화재에 취약한 사각지대”라며 “과거에 비해 소화기가 비치되는 등 개선되고 있지만 관할 소방서와 지자체의 주기적인 안전점검과 고령인 상인들에게 화재예방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안산소방서 관계자는 “자동화재탐지기, 비상경보설비 등 화재 관련 시설을 충원하고 있으며 의용소방대 등을 운용해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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