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추수가 끝난 농촌은 풍년을 맞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기쁨보다는 시름이 더하다. 농민들이 시름에 찬 이유는 간단하다. 농사는 풍년이 되었지만 쌀값은 가뭄이기 때문이다. 쌀값이 지난해 보다 무려 8%나 떨어지고 있지만 소비는 늘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재고미만 계속 늘고 있어 농민들은 수확된 쌀을 어떻게 처리, 돈을 장만할지 걱정이다. 때문에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이에 분노까지 겹쳐 드디어 거리에 까지 나서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청사 앞에는 농민들의 분노가 표시된 현수막이 수없이 나부기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쌀가마를 시·군 청사 앞에 쌓아놓고 시위를 하는가하면 심지어 쌀을 태워버리는 극단적인 행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 세종로 중앙정부 청사 앞에서도 이런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다.
농민들의 멍든 농심은 더욱 깊어가고 있지만 정부나 국회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지난 달 29일 국회에 제출된 2015년 예산안에 의하면 쌀 재고 관리 비용만 연 5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정부 관리 양곡 재고량은 137만4000t에 이를 정도로 쌀 문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쌀 소비는 매년 크게 줄고 있어 정부가 재배면적 축소를 유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농업기술 향상과 태풍·홍수 피해가 적어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2% 정도 늘고 있으니, 쌀 수급 대책 수립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금년에 쌀 20만t를 추가 매입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것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우선 남아있는 쌀의 재고를 처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농업계가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대북 지원은 다소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는 걸식아동이 있을 정도로 쌀을 식량으로 필요하고 있는 구호기관이 산재하고 있으니 이런 곳의 실태를 파악, 쌀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단기적 대책 이외에 정부는 건조저장시설 확충, 쌀 생산조정 등 보다 근본적인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다. 농민들이 시위를 하면 그때마다 조금씩 수매량을 늘리고 있는 임기응변적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제 농민들에게 각종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책은 한계가 있음으로 쌀 개방에 맞서 농업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양곡 위주에서 채소·특용·과일 중심으로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며, 젊은 층 인력을 농업 분야로 유입시켜 다양한 가공·유통 기법으로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 등에 대한 다각적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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