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세계 책의 수도 ‘그림의 떡’… 동네서점 여전히 찬밥

인천지역 서점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고, 인천이 올해 ‘유네스코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되면서 동네서점 살리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혜택은 엉뚱한 곳에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서점조합과 인천서점협동조합은 올해 인천지역 공공도서관 도서 구입 입찰에서 지역 내 서점이 낙찰을 받은 경우는 1~2회에 불과하다고 9일 밝혔다.

 

공공도서관별로 1년 동안 분기별로 도서 구입 입찰을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적은 비중이다.

 

대다수 입찰은 타지역 도서총판이나 사업자등록만 있는 페이퍼컴퍼니로 넘어갔다. 서점이 자유업이라는 것을 악용해 실제 서점을 운영하지 않고도 유령업체를 만들어 서점업으로 등록한 뒤 도서입찰에 응찰하고 낙찰을 받으면 수수료만 받고 총판에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의 한 도서관에서 진행한 4천600만 원 규모의 입찰에도 페이퍼컴퍼니가 낙찰을 받았다. 인천서점조합이 확인한 결과 이 입찰에 참여한 업체 중 60%가량이 페이퍼컴퍼니였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올해 1월 기준으로 인천과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도서입찰 응찰업체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체 329개 응찰업체 가운데 6.6%만 해당 지역서점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 등은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도서입찰을 할 경우 지역제한을 두거나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도서정가제 이후 입찰에 따른 가격혜택을 기대할 수 없게 된만큼 개별 입찰이나 수의계약을 추진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공공도서관 등 현장에서는 개선이 더디기만 하다. 지역 제한을 두는 일은 많아졌으나 지역 동네서점이나 지역 서점조합이 참여할 수 없는 까다로운 조건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추홀도서관이나 부평도서관의 경우 최근 입찰에서 4천만 원 이상 납품실적을 요구했으며, 청라호수도서관은 사서자격증 소지자를 보유한 업체로 기준을 제한했다.

서울, 경기, 전북 등 전국 곳곳에서 소액 도서구입 시 반드시 동네 중소서점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인홍 인천서점협동조합장은 “도서 구입 입찰에 페이퍼컴퍼니가 응찰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막지 못한다면 동네서점의 앞날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인천지역 동네서점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공정거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인천지역 전체 서점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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