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신제섭 사진작가

“앵글 속 소수 민족들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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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세계를 제패했을 때, 그녀의 아버지는 드디어 평생 간직해 온 자신의 마지막 꿈에 도전할 것을 선언했다. 

50대에 비로소 걷기 시작한 새로운 인생길, 아버지는 딸처럼 세계 정상을 노리고 있다. 세계적 프로골퍼 신지애의 아버지로 유명한 신제섭(56) 사진작가의 인생 후반부 이야기다.

 

그의 인생 전반부는 숨가뻤다. 어린 나이에 골프 여왕으로 등극한 딸을 돌보는 것은 물론 성은선교회(현재 대표)의 목사로 목회 활동을 펼쳤으며, 입학 35년만인 지난 2012년에 졸업하는 기록(?)을 세운 전남대 수의학과의 만학도이기도 했다.

 

“80년대부터 사진가를 꿈꿨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못했다. 그러다가 지애가 세계 1위를 하면서 목적을 이룬 만큼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고 2012년에 비로소 ‘아빠의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한 후 사진에만 전념했다.”

 

가족을 모두 미국에 두고 사진작업을 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기러기’ 생활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이왕 하는 거 세계적인 작가가 됐으면 좋겠다’는 가족들의 응원에 힘을 냈다. 덕분에 오는 15일까지 수원 해움 미술관 제 1 전시장에서 두 번째 개인전 <잃어버린 순간들!>을 열고, ‘제 2회 수원 국제 사진제’의 한국 대표 사진 작가로 초청 전시를 갖는 기회도 잡았다.

 

그가 포착하는 장면은 문명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소수 민족의 행복과 여유다. 마치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달려온 인생 전반부에서 놓친 그것을 보상받으려는 듯 하다. 사진 속 미얀마 소수 민족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현대인은 과거보다 문명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행복지수는 떨어지고 만족감도 떨어진다. 반면 소수 민족은 경제적으로 궁핍하면서도 자연에 순응하고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에서 인간 본연의 삶,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앞으로도 동일한 주제의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올 초 두 차례 다녀온 미얀마를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점차 인도와 중국ㆍ몽골 등 방문 국가와 소수 민족과의 접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동양의 문화를 기록해 세계로 나가겠다”는 신 작가의 불꽃 튀는 후반전은 이제 시작이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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