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슬픔 휩쓸고 간 파리 도심 평범한 일상 속에 부는 삭막함

테러 충격 프랑스 현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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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10구의 비샤(Bichat) 가에 위치한 레스토랑 르 카리용(Le Carillon)에서 파리시민들의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레스토랑이 위치한 비샤가는 지난 14일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판단된 테러 공격으로 13명이 사망하고 22명이 부상을 입었다. 프리랜서 이준성
지난 13~14일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 사건으로 충격과 공포 속에서 주말을 보낸 프랑스는 아직 충격에서 깨어나지도 못 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16일 오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샤틀레(CHATLET)역과 주변 일대에는 여느 월요일 오전처럼 하루를 시작하는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거리에는 구수한 빵 굽는 냄새와 짙은 커피향이 차가운 공기와 함께 코 끝을 자극하며 식욕을 돋구고, 청소부들은 열심히 거리를 쓸고 닦는다. 도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몰려든 차량으로 히볼리가 거리의 모습은 마치 주차장 같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이지만 분위기는 이 전과 사뭇 다르다.

 

수 많은 노선의 지하철이 다니는 샤틀레 역사에 들려오는 소리는 사람들의 발 소리와 지하철의 신호음 뿐이다. 그렇게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프랑스인들의 입은 지퍼를 채워 놓은 양 굳게 닫혀 있다.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걷기만 할 뿐이다.

‘씨끌벅적’ 말(言) 소리는 안들리고 또각또각 말(馬) 발굽 소리만 들릴 뿐이다. 백색 소음을 틀어놓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다니는 것 같은 역사 안은 여기저기 무장을 한 채 경계 근무를 서는 군·경 병력들의 모습까지 더해 삭막함이 더해졌다.

 

출근 길에 만난 다니엘 에동(Daniel Edon, 백화점 종업원)씨는 “충격과 공포로 가족들과 함께 주말을 보냈다”며 “언제 다시 테러가 일어날지 몰라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퐁피두 센터 앞 카페에서 근무하는 아멘딘느 마리옹 푸니에(Marion Fournier)씨는 “지난 토요일 친구들과 함께 ‘우리는 무섭지 않다’(Nous n‘avons pas peurl)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왔지만 그건 거짓말이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정말 무섭다”며 테러 재발생에 대한 불안한 심리를 감추지 못 하고 있다.

 

신문 가판대에서 근무하는 올리비에 프로(Olivier Fra)씨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프랑스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난민을 수용하지 말고 자국민들을 우선 보호하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우선으로 정책을 펼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현 정부의 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올리비에씨가 틀어 놓은 라디오에서는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며칠에서 몇 주 않에 또 다른 테러 공격이 자행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자 사람들은 탄성과 함께 충격에 빠진 모습을 감추지 못 했다. 세계 최고의 복지와 함께 세계 제1관광국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자칫 그 지위를 잃게 될 지도 모르는 심각한 국면에 처해있다.

 

함께 라디오를 듣던 몇 몇 주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표정으로 언제 시작될 지 모르는 테러 공격에 오늘도, 아니 어쩌면 이번 주말, 다음 주말에도 헤어나오기 힘든 악몽에 시달릴까 불안에 떨며 다시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발 걸음을 돌렸다. 

프리랜서 이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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