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억대 ‘장밋빛 개발’… 현실은 차갑다
이런 걸 원하는 게 아닙니다. 먹고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겁니다.” 강산이 반 정도 바뀌었을 5년 동안 백령·대청·연평 등 서해 5도는 변한 게 없다.
정부는 5년 전 북한 포격의 공포에 떨고 있던 서해 5도 주민을 위해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을 만들고, 이듬해인 2011년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고장’을 만들 테니 서해 5도를 지켜달라고 했다.
하지만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은 주민들의 현실과 먼 방향으로 추진됐다. 또 주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은 서해 5도에 대한 정부의 관심 밖에서 흐지부지 축소되고 있다.
주민들은 ‘보여주기’ 식 지원이 아니라 서해 5도에서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서해 5도 지원특별법’을 서둘러 만들었다.
또 이듬해인 2011년 주민생활안정 및 삶의 질 향상, 쾌적하고 살기 좋은 주거환경 조성, 주민안전 및 대피체계 강화, 편리한 해상교통 및 생활기반 시설 확충, 일자리 및 소득창출기반 구축 사업, 지역특화 관광개발 및 국제평화거점 육성 사업 등을 주요 뼈대로 하는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을 세웠다. 10년 동안 78개 사업에 9천109억 원을 투입해 서해 5도를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정부는 지역특화 관광개발 및 국제평화거점 육성사업을 통해 서해 5도를 평화지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관광객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도록 해 이를 통해 북한의 도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은 생활안전과 정주 여건 개선에만 치우친 채 추진되고 있다.
17일 옹진군에 따르면 서해 5도 종합발전계획에 따라 지난해까지 66개 사업에 국비 1천750억 원과 지방비 430억 원, 민자 45억 원 등 모두 2천225억 원이 투입됐다.
주민대피시설 42곳을 개·보수하는데 530억 원, 주택 554채를 새로 짓거나 보수하는데 195억 원, 백령·대청·연평 등 서해 5도 주민에게 매달 5만 원씩 지급하는 정주생활지원금으로 144억 원을 썼다. 나머지는 연평도 여객터미널, 일자리 지원, 바다목장 및 해삼섬 조성 등에 사용했다.
5년간 지역특화 관광개발 및 국제평화거점 육성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43억 원을 들여 건립한 안보교육장과 포격으로 부서진 주택 3채를 복원한 전시·체험 교육관이 전부다. 백령도에 바다시장·물범생태공원·연꽃단지·진촌풍물시장, 연평도에 평화의 섬·공공미술프로젝트·탐조조망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도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지원도 해마다 줄고 있다. 2011년 430억 원이었지만, 올해에는 230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인천시는 내년 서해 5도 종합발전 지원사업을 45건 660억 5천500만 원으로 정하고, 국비 지원액으로 44건 466억 6천900만 원을 신청했지만, 정부가 전액 반영해줄지는 요원하다.
연평도 주민 A씨(54)는 “5년 전 관광개발을 통해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겠다던 정부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킨 것이 하나도 없다”며 “여전히 북한의 위협사격 때마다 대피소로 뛰어가야 하고,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이 극성을 부리고 있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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