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흘러도 가슴시린 그리움 하늘 간 아내 위한 ‘작은 선물’

박득용 著 ‘나 당신 묻고 아직…’ 아내에 대한 추억 등 시로 담아

‘나 당신 묻고 아직 밥 먹고 사네…’ 담담하면서도 처연하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의 심정이다.

 

시집 <나 당신 묻고 아직 밥 먹고 사네>(형설라이프 刊)는 먼저 세상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책이다. 여기서 ‘먼저 세상을 떠난 이’는 오랜 세월을 함께해 온 ‘아내’다.

 

가장 빛나던 청춘, 불의의 사고로 오른 팔을 잃은 저자는 휠체어를 탄 한 여인을 만났다. 절망에 빠져있던 시절 어딘가 모르게 자신과 닮은 아내는 강하게 그의 뇌리에 꽂혔다. 절망은 달콤했졌고, 슬픔은 행복해졌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의지하고, 보듬으며 ‘부부’라는 인연으로 수십년을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20여년을 휠체어와 산소 호흡기 줄에 의지하면서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던 아내였다. 수차례 응급실에 실려가 죽음의 골짜기를 넘나들면서도 “여보, 나 또 살았어”라며 담담하게 미소 짓던 아내였다. 

하지만 그날, 아내는 죽음의 문턱을 비껴가지 못했다. ‘또 이겨낼 수 있겠지’라고 품었던 막연한 기대감이 산산히 부서지던 날이었다.

 

저자는 아내를 상실한 애달픔을 한 줄의 시로 달랬다. 사실 ‘시’랄 것도 없었다. 그저 아내를 향한, 아내를 그리워한 처절한 절규를 휘갈기듯 써내려갔다.

 

시집은 딸의 제안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우연히 글을 읽은 딸이 책으로 엮어보자고 제안했고, 저자는 공허한 마음을 위로삼아 그리고 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자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에는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에 대한 기억, 흔적, 그리움 그리고 생과 죽음에 대한 저자의 상념이 오롯이 담겨 있다.

 

여기에 엄마를 생각하며 그린 딸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가 감성을 더했다.

 

저자인 박득용 용인컨트리클럽회장은 “이 책을 통해 누구에게 무엇을 전달하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게 위로받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저 아내를 그리워하는 제 자신의 위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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