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가명)는 재작년 7월에 태어났다. 사랑이의 부모는 결혼을 하지않았고 동거 중이었다. 엄마는 사랑이의 출생신고를 하지않은 채 집을 나갔다. 아빠가 출생신고를 하려했지만 불가능했다.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는 생모가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사랑이 아빠는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지 못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과 보육비 지원 등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강남역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엄마든 아빠든 상관없이 소정의 서류를 갖춰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닌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출생신고는 엄마만 할 수 있다. 미혼모가 자녀를 출생신고 할때 아이 생부를 알 수 없는 경우 아빠 이름없이 출생신고를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반면 미혼부는 아이가 친자라 하더라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아이의 생모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을 쓰지 않고는 자녀 출생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미혼부가 고아원에 아이를 맡긴 뒤 입양하는 편법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혼부들도 자녀의 출생신고를 쉽게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사랑이법’이 마련됐고, 지난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혼부가 생모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유전자 검사서 등을 가정법원에 제출해 확인받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4년 12월 기준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고있는 저소득 부자가족은 4만8천892세대다. 이 중 아버지가 미성년자인 부자가족은 260세대다. 부자가족 중 미혼부만의 현황은 정확하진 않지만 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미혼부들은 상당수가 경제적 궁핍을 호소한다. 미혼부 중 차상위계층인 경우가 미혼모 중 차상위계층인 사례보다 상대적으로 많다. 미혼모의 경우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나름의 법적장치가 마련됐지만 남성은 육아휴직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미혼모 시설은 여러 곳 있지만 미혼부 시설은 없다. 여기에 ‘사랑이법’ 시행 이전엔 아이의 출생신고조차 못해 기본적인 국가 지원도 받기 힘들었다. ‘사랑이법’ 시행과 더불어 미혼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제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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