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국어사전을 찾아본다. 사전적 의미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 전부 또는 일부를 헝겊 따위로 싸서 가림. 또는 그러는 데에 쓰는 수건이나 보자기와 같은 물건’이라고 명시돼 있다.
최근 모 방송국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직 시간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모르는 필자의 5살 난 딸도 일요일, 이 방송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시간에는 귀신같이 엄마에게 “복면가왕 틀어줘”라고 말한다.
노래를 하는 출연진은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로 만든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한다. ‘코스모스’, ‘니가 가라 하와이’, 기타 등등 캐릭터도 재미나다. 복면가왕을 보는 시청자들은 항상 의문점을 갖는다. “어 누구지?”,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리인데...”, 또는 친구간ㆍ형제간ㆍ가족간에 내기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겨난단다. 그래서 재밌다. 내가 복면을 쓴 출연진을 맞추면 그 재미는 배가된다.
또다른 종류의 복면이 있다. 지난 13일 프랑스 파리의 심장부에서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발생했다. IS의 소행으로 일단락 난 이번 테러에 가담한 테러범들은 모두 복면을 착용했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과 이념 등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얼굴을 가린 채 테러를 자행했다.
같은 복면을 착용했지만 위에 언급한 두가지 사례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는 복면. 그리고 누군가에는 평생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슬픔을 준 복면. 얼굴을 가려 내가 누군인지 알 수 없도록 할 때는, 대다수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다.
11월25일 일부 국회의원들이 평화적인 집회ㆍ시위에서는 복면을 쓸 수 있지만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나 시위’에서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할 목적으로 복면을 착용하거나 소지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집회 및 시위에 관관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복면 금지 등)’을 발의했다.
개정안 발의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으로 제재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떳떳하다면 당당히 자신을 공개하는 성숙한 자세가 오히려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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