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쓴 책을 표지만 바꿔서 출판하는 ‘표지갈이’ 수법으로 전공서적을 내거나 이를 묵인한 대학교수 20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남의 저서나 연구 논문의 일부 내용을 베끼는 ‘표절’ 수준을 넘어 통째로 책 이름만 바꿔 펴냈다니, 양심 불량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아연할 따름이다.
의정부지방검찰청은 ‘표지갈이’ 수법으로 책을 내거나 이를 눈감아준 혐의로 전국 50여개 대학 200여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엔 국ㆍ공립대학과 서울의 유명 사립대 교수도 있고, 스타 강사와 각종 학회장도 포함됐다. 검찰은 교수들의 범행을 알면서도 새 책인 것처럼 발간해준 파주지역 출판사 등 3개 출판사 임직원 4명도 입건했다.
해당 교수들은 전공서적의 표지에 적힌 저자명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 새 책인 것처럼 출간했다. 실제 책을 쓴 원작자도 자신의 책이 표지갈이돼 유통되는 사실을 알면서, 출판사 확보나 돈 때문에 묵인했다. 검찰 조사결과 교수 1명이 대체로 전공서적 1권을 표지갈이 수법으로 출간했으며 일부는 3∼4권까지 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소속 대학의 승진 및 재임용 평가를 앞두고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 어떤 이들은 한번 표지갈이를 했다가 출판사에 약점을 잡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름을 빌려준 경우도 있다. 제자들에게 책을 팔아 인세를 챙기기 위해 범죄유혹에 빠진 교수도 있다. 실제 책을 쓴 원저자와 허위 저자, 출판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탓에 표지갈이는 전국 대학에서 만연했다. 그들끼리의 검은 고리가 무슨 조직적인 범죄집단의 공모같다.
학문적 양심과 연구윤리, 도덕성을 누구보다 중시해야 할 대학교수들이 이런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하다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표지갈이를 통해 책을 펴낸다는 것은 도둑질이고 사기다. 이들 때문에 오랜 기간 땀 흘려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쓰는 양심적 학자들까지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교수들에게 뭘 배울게 있나 싶어 대학생들도 안쓰럽다.
검찰은 혐의가 있는 교수들에 대해 소환조사를 마쳤으며, 다음달 중순까지 전원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수사도 벌인다고 한다. 이 기회에 대학가와 출판계에서 파렴치하고 낯 뜨거운 표지갈이를 근절한다는 각오로 철저하게 수사해 엄벌하길 바란다. 대학도 이런 황당한 일이 더 이상 없도록 저서나 논문 등 교수들의 연구 실적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양심과 윤리를 내팽개친 교수들은 대학 강단 서지 못하도록 퇴출시키는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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