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활부터 지도자, 행정가까지 평생을 ‘인천 체육’과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더 부족한 게 많고, 더 이루지 못한 게 많네요. 앞으로 내가 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열심히 발로 뛰어 볼 생각입니다”
노순명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62). 인천의 체육계에선 그에 대해 ‘인천 체육의 산 증인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전한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현재 공인 9단의 유단자인 그는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인천태권도협회의 지도자를 거쳐 협회·국기원 등에서까지 활동하며 행정가의 길을 걸었다.
인천시장에게 임명받은 인천시 체육회 사무처장직을 맡았고, 이후 시장이 연임하지 못하고 바뀌자 곧바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후임 사무처장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단호함도 지녔다.
그 평가를 높게 받은 것(?)인지, 현재는 인천 체육계에서 가장 높은 시 체육회 상임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처럼 한결같이 체육인이라는 외길만을 걸어온 그. 그의 체육인으로서 걸어온 길과, 그의 신념은 무엇일까.
태권도인 노순명
1952년 8월18일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에서 10대 독자로 태어난 노 상임부회장. 그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평생 잊지 못할 정신적 스승인 원상욱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숙명과도 같은 태권도의 길에 정식 입문하게 된다. 그는 스승으로부터 “태권도 수련자의 자세란 예시예종(禮始禮終)이며, 수문연무(修文鍊武)이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이후 이 가르침은 그의 인생살이에 잊어서는 안 될 덕목으로 자리 잡았다.
노 상임부회장은 건강을 위해 태권도 도장을 다니다 고등학교 때 본격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선수 등록과 함께 출전한 1970년 제51회 전국체육대회에서 1학년인데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두각을 보였다. 이후 인천체육전문학교 무도학과에 진학해서까지 무려 5연패를 하며 인천 태권도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노순명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10월 5일 평생학습관에서 열린 제96회 강원 전국체육대회 결단식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선수단 깃발을 받아 힘차게 흔들고 있다
그의 태권도에 대한 열망은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에도 계속됐다. 인천태권도협회 소속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지도자의 길을 걸은 것이다. 인천 태권도 선수단의 코치·감독 등을 맡으면서 협회의 분과위원장, 사무국장, 대의원, 이사, 총무이사, 전무이사, 부회장, 그리고 회장까지 모든 협회 내 직책을 거쳤다.
이 과정이 모두 가능했던 것은 그가 지도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까지 따는 등 끊임없는 배움의 정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노 상임부회장은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 태권도계의 터줏대감이 됐다.
노 상임부회장은 “내 인생엔 항상 태권도가 있었다. 태권도가 내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태권도 뿐 아니라 더 큰 무대인 인천 체육에 대한 현실, 그리고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왔을 뿐이다”고 말했다.
변화, 열정, 함께
노 상임부회장의 슬로건은 ‘변화, 열정, 함께’다. 인천태권도협회에서도, 국기원에도, 그리고 시 체육회에서도 이 슬로건은 변치 않았다. 해당 조직의 문화 전반은 물론 체육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지도자·임원들에게도 이 슬로건은 적용됐다.
노순명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실행 효과는 컸다. 내부 갈등으로 고통을 겪던 국기원에 들어가서도 직원들의 갈등과 반복을 해소하는데 이 슬로건이 함께 했다. 직원들은 변화하면서도 열정을 갖고 업무를 했고, 혼자보다는 항상 동료와 함께하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등 내실을 쌓았다. 시 체육회 사무처장직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
시 체육회 임·직원 및 선수들에게 이 슬로건을 전파한지 1년여만에 열린 지난 2009년 전국체전에서 인천은 상승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역대 최다 점수와 메달, 신기록 등을 쏟아내며 7위에 올랐다. 이 슬로건은 노 상임부회장의 인생의 철학이다.
어머니가 남겨주신 가르침은 물론,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느낀 수많은 가르침이다. 그는 이후 어머니가 남긴 가르침은 지난 2002년 ‘산에는 지평선이 없다’는 책으로 써냈고, 지도자 생활에 대해선 2007년 ‘풍요로운 삶을 위하여’라는 책에 가르침이 담겨 있다.
그는 “어머니께서 ‘양심을 속여 부와 권세를 지닌 치인 보다는, 차라리 가난을 먹고살더라고 양심을 지키는 의인이 되라’는 말씀을 남겨주셔서, 난 지금도 이처럼 당당할 수 있다. 어머니의 이 같은 말씀을 어록으로 남겨, 더 많은 사람의 인생 지침서가 됐으면 해서 책을 냈던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풍요로운 삶을 위하려’라는 책은 후배 지도자들에게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신념을 전하고, 후배들의 인생 조언자로서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싶었다”면서 “모든 체육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열린 사고를 가졌으면 한다. 그것이 풍요로운 삶의 시작이며, 성공의 첩경이라고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순명 인천시 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지난 2009년도 사무처장 시절 대전 전국체체육대회 인천선수단 총감독으로 성취상 2위 트로피를 수상하고 있다
인천 체육 사랑
노 상임부회장의 인천 체육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예전 시 체육회 사무처장직을 자진 사퇴할 때도 후임 사무처장에게 “인천 체육을 사랑해야 체육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더욱 인천 체육 발전을 위해 힘을 쏟아주셨으면 합니다.”라는 덕담을 남겼을 정도.
인천 체육계에선 더는 올라갈 곳이 없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지만, 노 상임부회장은 여전히 인천 체육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엔 인성교육 지도자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태권도 지도자·심판 등 자격증은 제외하고도 효행지도사 ·레크레이션·웃음치료 등 다양한 10여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졌을 때 진정 인천의 자라는 체육 꿈나무는 물론 지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발전 방향을 이야기하고 전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그는 지금도 공부하고 있다. 특히 노 상임부회장이 만든 (재)인태(인천태권도)도 이 같은 생각의 일환이다.
인천태권도협회에 일을 할 때 지역 태권도인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연금제도를 만들었고, 현재는 55세 이상 지역 태권도인들에게 매월 20~40만원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노 상임부회장은 “평생 학습을 통해 평생 현역이고 싶다. 상임부회장 임기가 끝나도 나는 현역에 복귀해, 후배들을 위해 봉사할 것이다”면서 “선수는 승리를 위해, 지도자는 인재를 찾고 육성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게 자신의 할 일이다. 행정가는 체육발전을 위한 좋은 정책을 세우는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 힘 닫는 데까지 인천 체육 발전을 위해 애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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