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손학규 후보의 패배를 예상하지 않았다. 김용남 후보와의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들 했다. 그러나 7ㆍ30 보궐선거(2014년)의 결과는 손 후보 패배였다. 경기도의 심장 수원에서, 경기도의 수장이던 손 후보가 졌다. 젊은 시절 민주화 운동의 가시밭길을 걸었던 그다. 대권을 앞두고는 탄광을 옮겨가며 고역을 마다않던 그다. 포기라곤 모르던 그에게도 ‘수원 패배’는 컸던 모양이다. 선거 다음날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지금은 전라도 토담집에 있다. ▶돌아보면 패배를 경고한 서곡이 있었다. 선거 운동 초반 수원지역 호남향우회 인사들과 후보 간의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그런데 30여개 예약 자리가 대부분 비었다. 집단 불참이었다. 손 후보가 ‘그럴 수 있습니다’라며 주선자 ‘이 사장’을 위로했다. 하지만, 참모들의 충격은 컸다. 더 공개적인 비토도 있었다. 수원시 호남향우회연합회가 “보궐 선거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말이 중립이지 사실상 손 후보를 밀지 않겠다는 공개발표였다. 그렇게 선거가 치러졌고 손 후보는 졌다. ▶호남 향우회는 해병전우회, 고려대 동문회와 함께 ‘저승에서도 뭉칠 3대 모임’이라고 얘기된다. 호남 향우회는 그중에도 정치적 성향이 뚜렷하다. 투표장을 찾는 충성도와 특정 후보를 향한 통일성이 무섭다. DJ(김대중) 정신을 계승한 야당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굳은 자’(화투판에서 소유가 확정돼 있는 패)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고 다르지 않다. 당 장악은 친노(親盧)라지만 표 뒷받침은 호남(湖南)이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언젠가 사라져야 할 지역주의다. 하지만, 정치판에 엄존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안철수 충돌의 중심에도 호남이 있다. 총선판이 곧 시작되지만 호남 향우회는 한쪽 발을 빼놓고 있다. 여차 하면 천정배 신당 혹은 안철수 신당으로 옮겨갈 태세다. 문 대표에겐 계륵이고, 안 의원에겐 무기다. 선택의 여지랄 것도 없다. 이겨 보려면 뭉치는 것이고 질려면 갈라서는 것이다. 2014년 그때, 선거를 며칠 앞두고 손학규 후보 측 인사에게 물었다. ‘호남향우회를 저렇게 두고 선거를 치를 것인가’. 그 인사가 대답했다. ‘그럼 어떻게 하나. 싫다고 돌아서 있는데’. 선거 패배를 예상했어도 그랬을까. 어떻게든 잡으려 들지 않았을까. 정치학-Why-과 정치공학-How-이 다르다는 걸 모를 리 없는 인사였는데….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