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기업’ 탈 쓴 대기업에 송도 땅 저가매각

인천경제청 ‘아웃렛 개발사업’ 수의계약으로 406억원 싸게 팔아
‘편법 특혜’ 감사원에 적발… 경제청 “문제 있지만 법위반 아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국내 대기업의 형식적인 외투기업에 땅을 싸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해 주는 등 사실상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인천경제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 대그룹의 A 백화점과 한 외국투자회사의 합작회사인 B사가 송도국제도시 내 5만 9천193㎡의 대형 아웃렛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감사원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운영 실태 감사 결과 A 백화점 측은 형식적인 외투기업 유치로 땅을 싸게 사 직접 아웃렛 사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제자유구역 내 외투기업은 현행법에 따라 수의계약 형태로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A 백화점 측은 외국자본(15억 원)을 끌어들여 총 자본 150억 원의 B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를 통해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산 땅을 임대해 직접 아웃렛을 건축·운영하려 했다. B사는 땅을 매입한 후 A 백화점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과정에서 경제청은 당초 이 땅을 공개경쟁 매각 등에 검토했지만, 이럴 경우 시간이 오래 걸려 일대 전체부지의 개발계획시행자인 인천TP의 부도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B사에 땅을 수의계약으로 매각 결정했다.

 

이에 따라 B사는 인천경제청으로부터 3.3㎡당 765만 원씩 총 1천370억 원에 이 땅을 매입했다. 감사원이 당시 땅값을 검토해 본 결과 공시지가가 3.3㎡당 990만 원에 달해 경제청이 B사에 406억 원 싸게 땅을 매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A 백화점은 형식적으로 외투기업 B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송도국제도시의 알짜배기 땅을 수의계약으로 싸게 구입해 직접 아웃렛 사업을 추진하는 등 ‘셀프 외투’를 한 셈이다.

 

특히 토지매매 당시 인천경제청의 투자심사 실무회의에서 한 간부는 “A 백화점 자체 추진보다는 수의계약과 토지가액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외국인투자기업 설립이 필요하다.

또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늘리면 배당문제나 조달비용 등 투자자 측면에서 고려해 볼 때 적절치 않다”고 발언했다. 형식적으로라도 땅을 싸게 주려면 외투기업을 만들어야 하고, 외국자본 투자금액이 적어도 묵인해 주는 등 사실상 B사의 특혜에 대한 견해를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처럼 국내기업이 경제자유구역 내 조성토지를 수의계약 방법으로 저가에 매입한 후 사업을 추진해 다른 국내기업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면서 “특히 향후에도 경제자유구역에서 국내기업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어, 관련법의 외국인투자 지원 관련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외투기업인 B사에 수의매각한 만큼 현행법 위반은 아니다”면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관련법 개정 등을 추진하면 그 의견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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