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경력단절여성 부담, 국가가 짊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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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여성’이란 임신·출산·육아와 가족구성원의 돌봄 등을 이유로 경제활동을 중단하였거나 경제활동을 한 적이 없는 여성 중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말한다. 이 여성들을 우리사회는 ‘경단녀’로 부른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여성들의 경력단절을 대처하지 못해 13년간(2000년~2012년까지) 195조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15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손실액이다.

 

대부분의 경단녀들은 ‘아이와 가족’ 때문에 경력이 단절됐다. 그렇다면 당연히 국가예산은 이들을 위해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되어야 한다.

 

정부는 10년 동안(2006~2015년) 저출산 해소 명목으로 152.2조원 규모의 천문학적 세금을 투입했다. 연간 10조원 규모다. 여기에는 경단녀에 대한 직접적 지원에서부터 아이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240개국 중에 최하위로 떨어졌고 심지어 인구소멸국가 1호로 지목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력단절 여성 규모는 약 214만명으로 평균 경력단절기간이 9.7년이다. 사실상 결혼은 경력단절을 의미한다. 30대 기혼여성의 경우 10명중 4명이나 된다.

 

즉 우리나라는 매년 저출산 해결에 10조원을 쓰고도 경단녀를 효율적으로 지원하지 못해 15조원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있는 것으로, 한국경제는 연간 약 25조원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25조원은 연간 보육예산이 5조3천억원 수준임을 감안할 때, 약 4~5년간 쓸 수 있는 규모이다. 국공립대 전체 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을 지원하게 되면 해마다 7천800억이 필요하다. 약 32년간 반값등록금을 지원할 수 규모가 25조원이다. 지난 10년의 저출산 정책은 실패했다.

 

저출산 시대에 여성은 21세기 최고의 자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여성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여성들이 임신,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국가적으로 굉장히 큰 손실이다.

따라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들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단녀에 대한 지원은 ‘현재를 지키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1석2조의 정책이다. 특히 미래의 성장동력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투자이다. 프랑스는 1.66명으로 출산율이 떨어지자 국가비상 상태로 규정하고 복지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육아에 대한 부담없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출산율이 2.0명을 유지하고 있다. 기혼여성에 대한 복지투자를 저출산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3년으로 되어 있는 재취업 지원 대상을 10년까지 확대해 많은 경단녀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혜택기업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고, 경단녀를 고용한 기업에게는 파격적인 법인세 감면혜택을 주어야 한다.

일하는 여성에게도 소득세 혜택을 대폭 늘려 가처분 소득을 보장하고, 직업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에는 생활수당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민연금 적립금의 일부를 보육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30대에 육아와 일의 갈림길에서 경력이 단절되고, 40대에 학원비라도 보탠다는 심정으로 재취업 전선에 나가 저임금 일자리에서 버티는 것이 더 이상 우리 여성들의 현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경단녀들의 짐을 이제 국가가 짊어져야 한다. 엄마들이 원한다면 그들의 두 번째 출근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박광온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수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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