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의 베이징 공연이 불과 몇시간 전에 전격 취소됐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총애를 받는 모란봉악단은 12일 오후 7시30분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공연 예정이었으나 공연 3시간 전에 3일간의 일정 전체를 취소하고 귀국했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김정은의 특별 지시로 창단됐고, 김정은의 ‘옛 애인’ ‘첫사랑’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단장을 맡아 중국ㆍ한국은 물론 외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공연을 보기 위해 암표값이 1만5천위안(약 271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공연 취소로 모란봉악단의 해외 첫공연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북한의 공연 취소는 중국 당국이 공연을 보기로 했던 최고 지도자급 수위를 부부장급(차관급)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일 김정은의 ‘수소폭탄 개발’ 발언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중국 측이 김정은의 발언에 격분해 공연 참석자의 격을 떨어뜨렸고, 이에 김정은이 공연단 귀국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최근 평양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면서 “오늘 우리 조국은 나라의 자주권과 민족의 존엄을 굳건히 지킬 수소탄(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 보유국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북의 수소폭탄 보유 가능성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상당히 의심스럽다”며 가능성을 일축했고,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 제1부위원장도 “허풍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기존 원자폭탄의 위력을 증강시킨 ‘증폭 핵분열탄’을 개발하고 있고, 이 핵무기 개발에 진전을 이뤘을 가능성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증폭 핵분열탄은 플루토늄이나 우라늄으로 둘러싸인 원자폭탄의 중심부에 삼중(三重)수소와 중(重)수소를 넣어 폭발력을 높인 핵무기다.
일반적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의 중간 단계이며 소형화가 용이해 미사일 탄두로 사용하기 좋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원자폭탄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과 비슷한 10~20㏏(킬로톤)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수소폭탄은 원폭에 비해 위력이 100배 이상이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보유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원자폭탄을 가진 것만으로도 위험하고 불안하다. 모란봉악단 공연 취소에서 보여준 것처럼 김정은은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ㆍ충동적’이기 때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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