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취소 확정 판결 받으면 뭘하나…

혼인관계증명서엔 과거 기록 그대로 잘못된 결혼사실 백지화 취지 무색

법원으로부터 혼인취소 확정 판결을 받았는데도 혼인관계증명서엔 혼인 기록이 남아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혼인취소 소송 자체가 잘못된 혼인을 백지화하려는 게 목적인 만큼 판결 취지와 맞지 않는데다, 최근 증명서가 결혼 상대의 과거 확인 용도로 활용되고 있어 또 다른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대법원 등에 따르면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혼인관계증명서 중 전부 증명서에는 과거 혼인과 이혼 등의 전력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혼인취소와 무효 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후에도 증명서상에서 혼인 전력을 삭제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판결 후 해당 서류 ‘일반등록사항란’에 취소와 무효에 대한 내용이 추가로 기록될 뿐이다.

 

사기 등의 피해로 혼인 등 잘못된 과거를 백지화하는 게 주목적인 재판에서 승소해 확정 판결을 받아도 사실상 기대했던 효과를 볼 수 없다.

 

특히 최근 많은 사람이 결혼 전 상대의 과거를 확인하고자 이 증명서를 이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피해자 측이 또 다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서류상 혼인 기록은 삭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 법조계의 한 변호사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출발을 희망하는 원고의 억울함과 법에서 정한 혼인 취소 사유 등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혼인 기록이 남아 있고, 이를 없앨 수도 없어서 법적·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한 관계자는 “당사자 간 혼인 부분을 놓고 보면 충분히 판결에 대한 효과가 없고 기분이 나쁠 수 있다”면서 “혼인으로 인해 발생한 각종 계약과 재산 등과 관련된 현상을 원래로 돌리기 위해서 과거 혼인 기록이 필요한 때도 있어 꼭 어떤 법이 잘못됐다곤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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