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덴마크 농식품위원회 최고 고문 옌스 링(Jens Ring)이 덴마크 축산업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축산업은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문제가 생기면 즉시 추적하고,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덴마크 축산업의 경쟁력은 규모화ㆍ집중화ㆍ첨단화,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협동의 가치사슬’에 있었다.
도축ㆍ가공공장은 축산농가의 사육환경과 성실함을 인정하고, 유통회사는 가공공장 기술력을 세계 최고라고 여기고, 농부는 도축장으로부터 최고의 가격으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협동의 힘은 덴마크 축산업의 바탕이 됐다.
“이익은 농부에게 돌려주는 것이 우리 회사의 철학”이라고 강조하는 데니쉬 크라운 도축장 관계자, “농부가 강하지 않으면, 데니쉬 크라운과 덴마크 축산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육가공 제조업체 튤립 관계자, “덴마크 양돈산업의 성공은 협동조합 구성원에게 모두 이익을 주는 가치사슬(Value Chain)이 핵심”이라는 육류교역대학 관계자의 말에서도 쉽게 그 비결을 찾을 수 있다.
덴마크 축산업이 국내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1차 생산자인 농부가 강해야 축산업이 발전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논리가 그것이다.
■농가의 목소리 대변하는 덴마크 ‘DAFC’
덴마크 농부가 힘을 발휘하는 데는 덴마크농식품위원회(Danish Agriculture & Food Council·이하 DAFC)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DAFC는 농업 생산자와 식품산업을 대표하는 민간기관이다. 덴마크 농식품 분야에서 핵심 브레인과 같은 역할을 한다.
▲ 도드람양돈농협에서 농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농민을 비롯해 생산자협회, 무역협회, 데니쉬 크라운, 알라푸드와 같은 농축산 관련 기업 등 50여개의 단체 대표와 전문가들이 모여 정기적으로 농업과 식품산업 분야의 주요 이슈에 대해 논의한다. 이들의 역할은 농업 생산자와 식품산업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식품 조사ㆍ연구, 행정부와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해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정부나 EU를 대상으로 농가와 식품업체 수익을 위해 로비를 하고 홍보를 담당하기도 한다. 농업과 관련된 정치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민감한 쟁점이 발생할 때는 사회적인 합의로 이끄는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민이 EU 등에 직접 대응하기 어려운 사항을 DAFC에 건의하면, 위원회는 국회와 EU등에 대신 영향력을 행사해 요구 사항을 정책에 반영한다.
또 기관-농부-조언자(어드바이저) 협력관계를 구축해 콘퍼런스, 세미나 등을 통해 가격 결정 문제, 문제점을 토론하고 대화하는 공간과 기회를 만든다.
DAFC의 옌스 링(Jens Ring) 최고 고문은 “데니쉬 크라운을 통한 수직적 계열화가 진행됐지만, 자회사 내에서 수평화를 통해 각자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시너지로 연결되고 있다”면서 “덴마크 농장주와 수출 식품 회사, 수의사 등은 함께 협력해 가격결정이나 문제점 등을 토론하는 공간과 기회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국내서도 필요성 커지는 협동조합형 ‘패커’
국내에서도 데니쉬 크라운은 축산업 발전을 위한 성공모델로 꼽힌다. 축산물 유통단계를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유통이윤을 돌려줄 수 있다는 점도 대형 패커가 필요한 이유다.
이천시 도드람양돈농협은 종자개량 및 돼지 사육단계에서부터 도축ㆍ가공ㆍ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경영체, 협동조합형 ‘패커’를 자처하며 새로운 시설투자에 들어가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도드람 안성가공 공장.
지난 1990년 이천 지역의 13 농가가 모여 사료를 공동구매를 시작한 것에서 출발해 이듬해 주식회사 도드람을 설립하고 이천과 여주지역의 농가, 이 외의 경기지역과 충남북지역의 농가까지 참여하게 됐다.
당시 대기업들이 독과점으로 고수익을 올리는 사료시장에서, 농업인들의 협상력이 제한적이었지만 사료 공동구매로 비용이 줄어드는 것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 들어 계열화와 광역화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급속한 성장을 하며 도드람은 돼지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가치사슬의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사업의 다각화를 이뤄냈다.
오는 2018년까지 김제지역 지평선산업단지 내 5만2천800㎡의 규모로 제2축산물종합가공장이 탄생하면 축산물 공급기지로서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ㆍ도축ㆍ가공ㆍ유통… 유기적 시스템 시급
정부도 선진국형 도축ㆍ가공ㆍ유통 일관 시스템 확립을 축산물 정책 목표로 추진 중이다. 생산자(-우시장)-수집상-공판장(도축장)-중도매인-도매상-소비자로 이어지는 6단계 유통시스템을 생산자-대형패커-유통업체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4단계 구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유통비용 절감으로 돼지의 소비자가격이 6.3%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거점도축장을 선정, 지원해 위생수준을 높이고 도축ㆍ가공ㆍ유통을 연계한 통합경영체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쉽지만은 않다. 우선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도축장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지난 2011년 당시 87개인 도축장을 2015년에는 36개소로 규모화된 통합 도축장으로 운영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지만, 현재 도축장 수는 70개에 이른다. 도축장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는 도축장 구조조정법도 올해 말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도축장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은 소규모로 이뤄진 국내 도축장 환경을 정비하는 데 우선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의 ‘도축장구조조정사업 지속적 추진방안’ 연구결과에 따르면 도축장 가동률은 2008년 소22.5%, 돼지 42.9%에서 2014년 소 38.9%, 돼지56.7%로 각각 16.4%p, 13.8%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가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안전한축산물을 생산에 주력하고, 도축ㆍ가공ㆍ유통ㆍ판매를 전담하는 협동조합형 패커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협동조합형 패커에 많은 농가가 참여해 농업인에게 이익이 돌아오도록 해야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승철 한국축산경영학회장은 “유통단계 축소와 가격 결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대형패커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며 “농가에서도 현대화 된 시설에서 보다 전문적으로 안전 축산물을 공급하고, 협동조합에서는 도축과 가공, 판매 역할에 충실해 농가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구조가 정착된다면, 국내 축산업계도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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