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의 손길에 희망 찾은 아이 오랜 경찰의 꿈 이룬 구직자 등
아픈 과거 딛고… ‘따뜻한 연말’
친구들은 잠들기 전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달라고 소원을 빌고 빨간 양말을 걸어놓을 테지만 김 군의 크리스마스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 김 군은 부모의 방치로 3년 전 보호시설에 입소했고, 이곳에서 정신지체 2급 판정을 받았다. 장애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방치했던 부모는 김 군이 장애판정을 받자 연락마저 끊어버렸다.
이렇게 부족한 사랑 속에 쓸쓸한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김 군에게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와 후원자가 산타가 돼 김 군이 갖고 싶어한 공룡 장난감을 선물한 것. 재단은 지난 10~11월 도내 지역아동센터와 보호시설 등 1천100여명의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신청받아 전달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평상시 간단한 의사소통만 가능한 김 군이 처음 산타와 선물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에 보는 이들의 마음마저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수원에서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B씨(20·여)도 이번 크리스마스에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 2년 전 어머니가 유방암 2기 판정을 받고서 병원에서 쓸쓸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냈지만, 지난 1일 어머니가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이다. 또 얼마 전 대학까지 합격하며 크리스마스는 그동안의 쓸쓸함 대신 행복으로 가득 찼다.
곽경일씨(30·수원) 또한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인 24일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자신의 꿈을 이뤄내면서 모처럼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만끽하고 있다. 어린 시절 경찰을 꿈꾸며 경찰행정학과에 진학한 곽씨는 지난 4년간 탈락의 고배만 마셔야 했다. 더욱이 아버지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집에도 들어오지 않아 곽 씨의 삶 속에서 행복한 크리스마스는 사라져 갔다.
그러나 이날 경찰시험에 최종합격 통보를 받으면서 그토록 갖고 싶던 경기경찰청의 가족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곽 씨는 “그동안 크리스마스는 외롭고 쓸쓸하게 보냈지만, 올해는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며 활짝 웃었다.
쓸쓸하고 외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이들이 올해만큼은 주변인들의 따뜻한 사랑의 선물을 받거나 자신의 소망을 이루면서 훈훈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롭고 쓸쓸했던 만큼 크리스마스에 접하는 기쁜 소식은 행복이 두 배가 된다고 분석한다.
한수미 서울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성탄절에는 선물을 받고 지인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기쁨과 슬픔을 배로 느끼게 된다”면서 “이로 인해 어려운 시간을 보냈던 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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