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단은 중국이나 로마의 궁전계단처럼 정교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가파르게 되어 있고 또한 아래에서 보면 높다란 다락을 올라가는 느낌이 들도록 배치가 되어 있어서 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의 계단을 보는 생각이 들었다. 고려라는 국호가 말해주듯이 국제적으로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왕조의 위엄을 과시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경기도민들에게 중요한 점은 개성이 바로 경기도 아닌가? 경기도는 지난 천년 동안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이었다. 고려와 조선왕조의 도읍의 외곽이자 인적 생산적인 기반으로서 한국문화인자의 가장 풍부한 풀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경기는 서울의 위세에 눌려서 독자적인 문화적 정체성이 희미해지고 왜소해지는 느낌을 가지는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내일이면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마당에서 한 번쯤 새롭게 생각하여 경기문화의 미래를 기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것은 단지 관광객을 유치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우리 경기인이든, 타지역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간에 문화와 환경적 매력을 가져야 정을 붙이고 살게 될 것이고 그 인연을 지속할 근거가 생길 것이다. 환경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우수한 문화경관의 구성은 결국 앞으로 경기인의 삶을 결정할 것이고 경제적으로 지속발전가능한 경기를 만드는 전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경기적인 문화이고 삶인가? 사실 경기만은 고대로부터 외래문물이 들어오는 한반도의 입이고 한반도 땅의 모든 기운이 쏟아져 모이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물산의 풍요로움이 있는 곳이 바로 경기지역이다. 아름다운 산수 속에서 다양한 경기도의 물산과 문화를 만끽할 수 있고 서울과도 많은 부분 공유하거나 즐길 수 있는 거주지가 바로 경기도다.
그런데 경기도의 고유한 자연환경을 잘 보존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존할 것인가? 앞으로 경기적인 문화가 남아 있을 것인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를 자신의 고향으로 여기고 살게 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앞으로 경기도의 문화정책을 구축하는 화두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장기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아마도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인 것 같다. 앞으로 경기도 지역은 지금도 지역사회의 구조가 한창 변하고 있는 중이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더욱 급하게 변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미군부대의 이전과 대규모의 산업단지의 조성이 남부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데 이러한 거점시설들이 자리 잡게 되면 주변의 주거환경들이 변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북부지역은 아직도 휴전선 일대를 비롯한 많은 지역들이 개발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통일의 방식에 따라서는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이러한 시점에 미리 경기문화환경을 미래지향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경기환경 그리고 문화적 삶의 철학의 재구성이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장기전략정책의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배기동 국제박물관協 한국위원장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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