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도내 교권침해 704건 폭행·욕설·수업방해… 교사들 멍들어
‘대놓고 무시’ 기간제교사 설움 더해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29일자 6면)을 일으킨 가운데, 올해 1학기에만 경기도내 학교에서 수백여건에 달하는 교권침해가 발생하는 등으로 교권 추락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1만4천628명(지난해 기준)의 도내 기간제 교사들이 느끼는 교권침해 정도는 더욱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에서 학생의 폭행이나 폭언·욕설, 교사 성희롱, 수업진행 방해 등으로 인한 교권침해가 지난해 3천946건에 이어 올해 1학기에만 1천77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704건, 224건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도내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추락하는 교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수원의 A고교 교사(46)는 교사를 버젓이 쳐다보며 욕을 하는 학생을 접한 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높았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러나 A교사와 동료 교사는 학생관리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교원능력평가를 잘 받지 못하는 등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못본척 하고 넘어가야만 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기간제 교사의 설움은 더했다. 경기도내 전체 교사 중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12.5%(1만4천628명)로, 서울 8.4%(6천559명), 경남 9.5%(3천260명)에 비해 가장 높다. 의왕의 B중학교 기간제 교사(31·여)는 “수업을 방해해 교무실로 따라오라고 했더니 학생들이 ‘진짜 교사도 아닌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학생들이 교사를 이렇게 무시할 줄은 상상도 못해 눈물이 앞을 가렸다”고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도내 많은 교사가 학생들의 폭언과 무시로 인해 상담을 요청하고 있으며 기간제 교사들은 계약 등의 문제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학교에서는 체벌과 벌점제 등이 불가능해 강력하게 대응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한편 교사 폭행사건이 발생한 고교는 이날 오후 2시께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이번 사건을 교권침해로 결정했다.
한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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