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세계경제 불확실성의 시대 가치창조만이 도약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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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폭락, 북한 핵실험 등 겨울바람만큼 매서운 외부 경제 요인들로 대한민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앞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가계빚 문제, 경기 침체 등 각종 대내ㆍ외적 요소들이 국내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이같은 문제에 대처하고자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세계 경제에 관한 싱크탱크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그리스 사태로 인한 유로존 문제 등 각종 해외 경제 악재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연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14일 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만난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59)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가치창조”라면서 “수요가 있는 생산을 만드는 가치창출을 통한 경제발전을 이룬다면 어려운 세계 경제 속에서 우리나라는 굳건히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Q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직까지 독자들에게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A 우리나라에 정부기관 중 유일하게 세계 경제 이슈를 분석하고 그것들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연구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현재 110명의 연구원이 쌍무적 무역통상, 국제금융협력, 국제투자, 해외주요국 및 지역경제 등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 분석하고 정책수단을 개발하는 연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Q 취임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가장 변화된 점은 무엇인가.
A 총체적인 목표를 갖고 그 아래 연구가 이뤄진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각 연구원들의 활동이 개별 연구에서 단순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하게 바뀐 것이다.

 

연구원들은 지금 하는 연구가 어떤 역할을 할지 알고 있고 또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야 하는 지예상할 수 있다. 정부와의 소통도 더 많이 개선됐다.

 

 모든 연구실이 각 정부부처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상태다. 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서 국제 경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선재적인 대응도 가능해졌다. 뒤늦은 연구 결과 제출이 아닌 국제 경제 문제에 대한 발빠른 대처를 통해 우리나라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조치할 수 있다.

Q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스 등 유로존 문제, 일본 아베노믹스 등 대외적 경제 이슈들이 많았다. 가장 큰 영향을 준 사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하나의 이슈를 꼽을 수는 없다. 다만, 이 모든 경제적 사태 때문에 2013년부터 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 세계 경제 침체가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우리 연구원이 대응해야 하는 정책적 시사점에도 가장 많은 영향을 줬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는 국제적으로 발생한 수요부족 탓에 시작됐다. 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생산과 소비가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공장노동자들은 월급을 받고 그 월급으로 물건을 소비한다.

 

공장은 그 수입으로 다시 제품을 생산하고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준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2012년 유로존 사태 등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요와 공급,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 구조가 깨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G20 등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장에 돈을 더 풀어놓는 등 대안을 마련했지만 문제를 악화시키는 꼴만 만들게 됐다.

이때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침체는 수요와 공급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지적했고 지난 2014년부터 G20 등이 문제해결에 따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큰 흐름을 잡는데 우리나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역할을 했다.

Q 최근 중국증시 폭락, 미국 기준금리 인상, 북 핵실험 등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변수들이 많다. 이같은 대외 변수들이 국내 경제에 어떻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는지 궁금하다.
A 중국 증시 변동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중국 증시자체가 중국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중국 시장이 중국 증시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이 적기 때문에 중국 증시가 흔들린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수출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증시에 등록된 업체들은 대부분 공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심리 위축으로 잠시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멀리 보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반면 미국 기준금리는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금리가 미국금리를 따라 오를 수 밖에 없어서 회복세를 나타내는 우리나라 경제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대규모 부채에 시달리는 가계와 기업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다.

미국 금리와 별개로 금리를 운영하면 안 되느냐는 논리도 있지만, 이 경우 아비트라지(차익거래)가 생긴다. A은행에서 5% 이자를 제공하고 B은행에서 4%로 대출을 제공한다면 B은행에서 돈을 빌려 A은행에 예금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시장구조상 금리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Q 대외 변수 영향을 받을 때마다 국내 경제가 흔들린다면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외부영향에 견딜 수 있는 기초체력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야할 방법은 무엇인가.
A 과거처럼 정부가 산업을 주도적으로 만드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재원과 노동력이 가장 필요한 곳에, 가장 필요한 때에 투자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로 나가야 될 자본은 빨리 나갈 수 있게 하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은 빨리 유입될 수 있도록 해 국경을 초월한 국제적 투자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해 선진국과 차이가 없을 정도의 시장구조를 들어야 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에 자본이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개개인이 국제무대에서 진입장벽 없이 활동해 이겨나갈 수 있게 만든다면 우리나라 경제의 근간이 탄탄해지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Q 올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목표는 무엇인가.
A 우리 연구원의 올해 목표는 가치사슬의 개척과 고도화라는 대외전략 목표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한 지역특화 수출전략, 시장환경 및 환경최적화 방안도 함께 지원할 예정이다.

가치사슬의 개척, 즉 가치창조는 소비와 생산의 선순환이 깨진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할 방법이다. 과거에는 노동력 향상 등 공급정책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효력이 없다. 앞으로는 공급, 수요정책이 따로 나뉘지 않는 가치 창출만이 해답이다.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누군가가 그 생산품을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이 자연스럽게 수요를 만드는, 태생 자체가 소비가 있는 생산품을 만들어야 한다.

 

또 이같은 가치 창조와 함께 수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고도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해왔던 조립 등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마케팅, 디자인 등 높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이같은 가치사슬을 만들려면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확대와 투자환경을 최적화해야 한다. 진입장벽을 없애 적재적소에 자본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중동 등 특화된 지역의 수출전략을 펴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정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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