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것이 충무공 고택. 그런데 이 고택이 2009년 3월 경매에 넘어갔었다. 충무공이 말타기, 활쏘기를 하던 터까지 합쳐 경매가가 19억 6천만원.
충무공의 15대 종소 이모씨 죽고 부인 최모씨가 고택을 담보로 7억원을 대출받아 사업을 하다 실패하자, 빛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붙여진 것이다. 이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개탄하는 소리가 높았고 다행히 충무공의 문중에서 이를 인수하여 사태는 종식되었다.
이처럼 문화재가 경매에 넘겨져 개인이나 기업체에 넘어갈 위기를 겪는 것이 충무공 고택만이 아니다. 지난 달 문화재관리청은 아산 외암민속마을에 있는 조선 후기의 대학자인 건재 이상익의 고택을 정부에서 매입하기로 하고 36억원을 올해 예산에 긴급 편성했다고 한다.
외암민속마을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돼 있는데다 건재고택 역시 국가 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233호로 지정된 전통 한옥이고 그 정원 또한 조선시대의 우리 정원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이 고택이 후손의 빚 때문에 소유권이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래저축은행으로 넘어가면서 사건이 벌어졌다. 미래저축은행의 소유주 김찬경 회장은 이 고택에서 정관계 인사를 초청, 여흥을 즐기면서 로비활동을 벌였고 2012년 자신의 저축은행에서 1500억원 불법 대출을 받는가 하면 고객들을 횡령하는 등 사기행각을 벌였다.
김회장은 2012년 5월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 경기도 화성의 한 바닷가에서 배를 타려다 잠복중인 경찰에 체포돼 9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이다.
이 바람에 아산의 건재 고택이 날벼락을 맞아 경매에 넘겨질 신세가 되었는데 다행이 문화재청이 정부 예산으로 매입을 결정한 것이다.
아찔한 경우는 또 있다. 우리 나라 역사상 최고의 개혁학자, 실학자로 존경받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하피첩(霞帖)’ 경매사건이 그것이다. 보물 1683호로 유명한 ‘하피첩’은 다산 선생이 전라도 강진에 유배생활을 하던 1807년에 이루어 진 것. 그러니까 유배를 떠난지 7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남편에게 부인 홍씨는 시집올 때 입었던 저녁노을처럼 붉은 치마를 보냈는데 이것은 잊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다.
부인의 치마를 받은 다산 정약용은 그것을 잘라 책처럼 만들고 글을 써 아들들에게 보냈다. 인생의 가치, 선비의 몸가짐 등을 수록한 내용. 다산은 그 후에도 10년 더 유배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안타깝게도 1836년 회혼일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이처럼 귀중한 사연의 ‘하피첩’이 6.25 전란 때 후손이 분실했고 이것이 2004년에 파지 줍는 할머니에게 넘겨졌다가 다시 중간 과정을 거쳐 결국 경매에 붙여진 것.
다행히 개인 손에 넘겨질 뻔한 ‘하피첩’은 지난해 9월 선생의 고향인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매입하느냐, 국립 민속박물관으로 가느냐 관심이 높았으나 결국 국립 민속박물관에서 7억 5천만원에 매입을 결정했다.
따라서 그 애틋한 부부의 사랑과 험난한 역사의 숨결이 담긴 ‘하피첩’을 국민 가슴 속으로 돌아왔다.
어디 이들 문화재 뿐이겠는가? 심지어 이국땅에서 헤매는 얼마나 많은 우리 문화와 역사의 혼이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길 갈망할런지 모른다. 정부는 경매시장이나 불법거래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키는 전반적인 계획이 있어야겠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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