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공항 보안 시스템, 이래선 안 된다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인천공항에서 중국으로 가려던 중국인 환승객 남녀 2명이 공항 보안검색대 등을 유유히 통과, 밀입국한 사건은 인천공항 보안망 곳곳에 구멍이 뚫렸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특히 북한의 간단없는 도발 위협과 IS(이슬람국가) 등에 의한 국제적 테러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국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중국인 A씨 등 2명은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대한항공 여객기를 타고 20일 밤 인천공항에 도착, 다음날인 21일 밤 중국 베이징으로 떠나는 비행기로 갈아탈 환승객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여객터미널 3층 면세구역에서 출국심사대·보안검색대 등이 있는 3번 출국장을 거침없이 빠져나왔다. 공항의 총 6개 출국장 중 4번 출국장만 24시간 가동하고 3번 등 나머지 5개 출국장은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폐쇄하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이 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아 보안 관문이 뻥 뚫린 거다.

특히 이들이 공항 로비로 통하는 마지막 출입문 자물쇠를 뜯어내는 동안에도 출국장 내 보안 요원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니 말문이 막힐 뿐이다. 법무부출입국사무소의 보안 무방비도 문제다. 중국인 환승객이 탑승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대한항공으로부터 통보받고도 26시간이 지난 뒤에야 공항공사 측에 미탑승 중국인들의 이동 동선을 추적해달라고 요청한 걸로 드러났다. 이렇게 굼뜬 행동을 하는 사이 중국인들은 나흘 동안 국내서 활보하다 25일 충남 천안에서 검거됐다. 만약 이들이 테러 조직원이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가 안보를 송두리째 흔드는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던 아찔한 상황이다. 상상만 해도 소름끼치고 끔찍하다. 보안 시스템의 각 부문별 책임 소재를 철저히 밝혀내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

인천공항은 그동안 고객 서비스편의 등엔 신경 썼지만 보안부문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지난 2013년 3월엔 중국인 3명이 인천공항 국내 항공사 여객기의 승무원실 천장에 숨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미항공 당국에 적발됐다. 지난 5년간 외부인이 제한구역인 공항 보안구역에 침입한 사건도 13건이나 됐다. 또 보안 요원의 보안출입증 분실 사고도 매년 300여 건 발생하고, 보안출입증의 목적 외 사용도 139건에 달하는 등 보안의식이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토부는 엊그제 부랴부랴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았으나 언제나 그랬듯 사고가 터진 후 부산을 떨다 사그라지는 게 우리의 악습이다. 더 이상 이래선 안 된다. 시설 보완은 물론, 평소 보안 상태를 치밀하게 점검하는 등 보안의식을 일상화 하고 관계 직원의 보안교육도 반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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