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품없고 실수 연발하는 가족
소박하지만 정겨운 우리 모습
끈끈한 사랑과 정 느낄 수 있어
모양도 못 생기고 그 자체로는 아무 맛도 안 나지만, 꿀을 발라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되는 개떡.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가족들, 즉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개떡 같은’ 캐릭터들이다. 소박하다 못해 투박하기 짝이 없고 하는 일마다 실수 연발에 결함도 많다.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은 후 걸신이 들어 수시로 코흘리개 손자의 군것질거리까지 넘보며 괴롭히는 할머니, 날마다 술에 절어 살고 아내와 자식들을 쥐 잡듯 하면서도 자기 어머니(할머니)만은 극진히 모시는 아빠, 주정뱅이에 성격도 거칠어 감당 안 되는 남편으로도 모자라 우악스럽고 이기적인 시어머니와 부대끼며 가슴에 깊은 병을 안고 살아가는 엄마, 아주 어릴 때 만취한 아빠가 억지로 목말을 태우다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를 다쳐 반쯤 바보가 되어 버린 형, 그리고 모든 사건과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까지.
책은 ‘개떡 같은’ 아빠, ‘개떡 같은’ 엄마 그리고 ‘개떡 같은’ 가족이 겪은 13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작가가 직접 겪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는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 처럼 쉽게 공감간다. 특히 작가의 섬세하고도 노련한 글 솜씨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즐거움을 준다.
무엇보다 가족의 끈끈한 사랑과 정을 가득 느낄 수 있다.
책에서는 작가가 쓴 또 하나의 작품 <철갑똥파리>도 볼 수 있다. 철갑똥파리는 가장 하찮고 비루한 곤충으로 인식되는 ‘똥파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위선과 기만으로 가득한 인간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통찰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꿀벌 109호를 만나 이제까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꿀맛’을 알게 되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꿀벌은 규율을 어기고 똥파리 따위와 놀아난 죄로 영원히 벌집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는데….
책은 낮은 자존감과 정체성 혼란으로 힘들어하는 철갑똥파리와 여러 곤충들이 차츰 당당한 존재가 되어 가고, 정체성을 확고히 해 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고도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값 1만3천500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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