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카 바이러스, 한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선천성 기형 소두증(小頭症)의 원인으로 알려진 남미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프랑스 등 유럽과 대만ㆍ태국 등 아시아, 미국에서도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왔다. 모두 중남미 등지를 여행하다 감염된 사례다.

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는 지카 바이러스가 기존에 발생한 적이 없는 새로운 국가들로 급속히 확산되자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성인 대부분은 발열·발진 등의 가벼운 증세를 보이다 치유되지만 임신부가 감염되면 태아의 두뇌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소두증 아이가 태어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보다 머리가 현저히 작은 소두증 아기는 뇌 손상으로 발달이 지체되거나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집트 숲모기가 옮기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모기 활동이 활발한 열대기후 국가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최근 2개월 동안 24개국에서 감염사례가 보고 됐다. 브라질에서는 소두증 의심 사례가 4천건을 넘어섰고, 이중 270건이 소두증으로 확인됐으며 12명이 숨졌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와 피지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남미 국가들, 특히 8월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은 지카와 전면전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함께 미국과 공동으로 백신 개발에 착수했지만 빠른 시일내 개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져 금방 진정되긴 어려워 보인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모기는 동남아에서 급증하는 뎅기열을 일으키는 모기와 같다. 지구 온난화로 활동영역이 북상하고 있는 상태로 뎅기열이나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더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현재로선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일으키는 모기의 이동 흐름을 감시하고 대비하는게 최선이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 이외에도 혈액을 통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임신부나 신혼부부들은 중남미나 바이러스 발생국에 대한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 이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객 관리도 철저히 해야한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카 바이러스를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 예정이라는데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한국은 아직 안심국가로 분류되지만 해외여행이 빈번한 만큼 언제 바이러스가 묻어올지 모른다. 서둘러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갖게하고, 감염 즉시 신고토록 하는 감시·방역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사전ㆍ사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메르스로 혹독한 대가를 치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