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 화성 오산, 市長과 政治人 독산성 세계 유산 등재 위해 다 모였다

대단히 의미 있는 사진이 조간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독산성의 세계 유산 등재를 위해 모인 모습이다. 슬로건이 적힌 플래카드를 8명이 들고 찍었다. 곽상욱 오산 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채인석 화성시장이 나란히 섰다. 안민석(오산)ㆍ박광온(수원정)ㆍ이원욱(화성을) 국회의원도 함께했다. 독산성 정상부에 있는 보적사(寶積寺)에 올라가 촬영한 사진이다. 선거철을 제하고 3개 지역 시장과 국회의원이 나란히 섰던 행사가 있었나 싶다.

수원 화성 오산은 역사적 뿌리가 같다. 정조가 아버지 장헌세자(莊獻世子ㆍ사도세자)를 화산(花山)에 모셨다. 왕릉 조성을 위해 주변에 대삼림(大森林)을 조성했다. 여기서 생활하던 백성이 살아갈 새로운 터전이 필요했다. 그들을 이주시켜 정착게 한 곳이 지금의 수원시다. 팔달산 밑에 사는 63호가 전부였던 수원이 읍치 이전 2년 만에 719호로 성장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오산시는 화성군의 군청 소재지에서 1989년 독립해 생겼다.

정조의 효심이라는 사상적 동일성과 수원읍이라는 행정역사적 동일성을 갖고 있는 3개 지역이다. 그런데도 묘한 지역 간 감정이 있다. 각종 개발과 혐오시설 입지를 두고 툭하면 대립했다. 시군 통합 정책과 관련된 갈등도 첨예했다. 3개 지역의 명칭을 쓰는 순서를 두고도 주민 간 신경전이 컸다. ‘산수화’(오산 수원 화성)라는 별칭은 이런 지역 간 갈등을 보여주는 역사 속 역(逆)이다. 이랬던 3개 지역의 대표자들이 모였다. 그 자체로 의미 있다.

독산성은 세계 유산이 돼야 한다. 권율(權慄) 장군의 항일 정신, 정조 대왕의 효심이 깃들여 있다. 성 축조 기술의 시대적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백제가 쌓았고 통일신라ㆍ고려ㆍ조선이 다듬었다. 근대화 산업화를 거치면서도 성곽의 기본 구조도 손상되지 않았다. 흔히들 성곽 유산의 최고봉으로 이스라엘의 마사다(Masada) 요새를 든다. 이스라엘이 패망한 비극적 스토리와 그 위에 남아 있는 흔적이 어우러지면서 만들어진 명성이다. 독산성도 못할 것 없다. 성곽의 가치에 충ㆍ효의 스토리가 더해지면 충분하다. 그 시작과 끝이 바로 독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다. 반드시 이뤄내야 할 대한민국의 현안이다.

지난해 가을 곽상욱 오산시장이 수원 축제에 등장했다. 개막을 축하하는 동영상에서다. 곽 시장은 ‘수원 화성 축제가 성공하길 빈다. 오산에도 많이 찾아 달라’고 말했다. 그런 노력들이 있어 오늘의 ‘독산성 협력’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모처럼 조성된 이번 협력이 3개 지역 간 정치 협력, 경제 협력, 행정 협력으로까지 발전해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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