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꼭 취직해야죠”… 설에도 구직 나서는 취준생들

최악 청년실업에 ‘우울한 명절’
“쉬면 불안” 38%… “놀면 눈치 보여” 32%
부담감에 고향행 포기하고 상반기 공채 준비

“설 연휴도 반납했습니다. 올해는 꼭 취업에 성공해 내년 설에는 당당하게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수원에서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취업준비생 이모씨(27ㆍ여)는 이번 설 연휴에 고향인 대전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취업이 늦어지면서 명절이라고 집에 가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씨는 지난해 한 사설 교육업체에 취직했지만 적은 월급으로 많은 일을 시키며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모습에 3개월 정도만 일하고 다시 취준생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번번이 떨어졌고 초조한 마음에 명절을 포기하기로 했다.

설 연휴 동안 이씨는 2년 유효기간이 만료된 토익 재취득 공부와 채용정보 확인에 열을 올릴 계획이다.

이씨는 “취업이 늦어지니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도 면목이 서지 않는다”면서 “한눈팔지 않고 설 연휴에도 차근히 취업 준비에 매진해 다음 명절에는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조카들에게 용돈도 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곧 졸업을 앞둔 대학생 장신우씨(26)도 연휴 동안 대학 도서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기로 했다. 곧 다가올 상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준비해야 할 것이 산더미이기 때문이다. 나름 대기업 인턴 경험과 외국어 자격 등 일명 ‘스펙’이 모자라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등 스터디를 통해 확실한 취업을 목표로 매진한다는 생각이다.

장씨와 함께 스터디를 하는 5명의 멤버 중 집이 대구인 친구 1명을 빼고서는 모두 설에도 모여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장씨는 “설 연휴에도 대학 도서관은 문을 열어둬서 들뜨지 않고 취업 준비에 힘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부모님께 취업이라는 가장 큰 명절 선물을 안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 설에도 취업준비생들과 대학생들은 연휴도 반납하고 구직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난 속 취업에 성공해 다음 명절을 눈치 보지 않고 더 따뜻하게 보내겠다는 의지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428명을 대상으로 ‘설 연휴 기간 구직활동 계획’을 설문한 결과, 65%는 연휴에도 구직활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절에도 구직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쉬면 불안해서’(38.1%ㆍ복수응답), ‘놀기에 눈치가 보여서’(32.7%), ‘구직활동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32.7%) 등이 꼽혔다.

 

취준생들은 연휴 기간 채용공고 검색(58.6%ㆍ복수응답), 이력서ㆍ자기소개서 작성(45.3%), 자격증 준비(19.1%), 지원분야ㆍ전공 공부(19.1%), 면접 준비(17.6%) 등 다양한 취업 준비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이 가운데 34.5%는 명절 친지 모임에 가지 않을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임민욱 사람인 홍보팀장은 “연휴 동안 쉬면 흐트러질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을 갖는 구직자들이 많은데 명절에도 쉬지 못한다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면 오히려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존의 생활리듬을 깨지 않는 수준으로 휴식시간 등을 포함한 연휴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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