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위안부·역사왜곡… 日帝와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홍보전문가로 불리는 서경덕 교수(성신여자대학교)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2005년 뉴욕타임즈에 독도 광고를 실었을 때부터 지난 1월 페이스북에 일본군 위안부 관련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렸을 때도 일본의 극우단체들로 부터 ‘당신을 죽이겠다’는 메일과 전화가 어김없이 날아들었다.
“이제는 이골이 났다”며 허허 웃어 보이는 그이지만 같은 한국인으로부터 “당신 때문에 일본과 멀어지고 있다” “당신이 문제”라는 식의 연락을 받으면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씁쓸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잘못된 역사 문제를 바로 하고, 세계 속에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그가 가고 있는 이 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이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물어봤다.
Q 요즘 근황은.
A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쭉 해왔던 독도, 위안부 등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고, 한국을 홍보하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요즘 한식, 한글, K뷰티 등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홍보는 타이밍이다. 이 시점에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는 콘텐츠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Q 최근 페이스북에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동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A 지난해 12월28일 한일 간 있었던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UN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왜곡을 또 시작한 셈이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합의 자체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번 45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광고는 미국 오바 대통령의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발언과 네덜란드 외무장관 및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성명과 함께 “일본이 국가적으로 여성을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 없는 중상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을 목소리 그대로 영상 안에 실어 일본의 역사왜곡 실상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
Q 정부의 위안부 합의 내용에도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A 오랫동안 광주 나눔의 집 홍보대사를 하면서 할머니들과 소통하고 지냈다. 이번 합의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당사자인 할머니들이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사전에 어떤 조율도 없이 진행된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합의 내용 자체를 뒤엎는 다는 것도 어렵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해 봐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문제가 조금 더 잘 해결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합의 내용을 기점으로 세계인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널리 알려진 것도 사실이다. 지금 상황부터가 더 중요하다.
최선의 선택이었다고는 하지만 정부에서도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후속조치가 함께 필요하다. 이런 와중에 일본은 계속해서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을 세계인들에게 더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Q 방송 출연, 동영상 광고 등이 일본으로서는 상당히 자극적이고 불편한 부분일수도 있다. 일본을 오가는 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부분은 없나.
A 아직까지 정부 차원의 입국 거부 등은 없지만 블랙리스트의 상위권에는 올라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인들에게서 오는 협박 메일, 전화는 부지기수다. 해외 매체에 광고가 한번 나가면 일본 우익단체의 메일이 폭탄으로 쏟아진다. 제목도 간단하다.
“Kill you”. 하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는 저한테 통하지 않으니 가족이나 학교 총장님께도 협박 전화가 간다. 국내에서도 가끔 받는다. “당신 때문에 일본과 멀어지고 있다” “당신이 더 문제다”라는 식으로도 연락이 온다. 한국말을 잘하는 일본인일 수도 있지만 한국인이 분명한 전화들도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참 씁쓸하다.
Q 최근 (재)대한국인 초대이사장을 맡게 됐다. 어떤 기관이고, 어떤 역할을 해나가는지.
A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던 찰나에 정부, 학계, 기업, 민간이 힘을 모아 재단을 만들게 됐다. 가장 어린 제가 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아마 젊은 혈기로 열심히 하라는 뜻인 것 같다. 제가 개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도 많지만, 재단이라는 든든한 조직력을 활용해 좀 더 의미 있는 일들을 해볼 생각이다.
첫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있는 참전용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자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서 의류, 신발 등 100억 원 상당의 물품을 기증받아 에티오피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 의 참전용사들에게 전달했고, 다른 곳에도 향후 전달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국가정책 연구, 나라 사랑 아카데미, 대한국인 예술축전, 전 세계에 퍼져있는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한 시설 확충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Q 개인적으로는 수요학교 설립 등 꽤 많은 활동 계획 중인 것으로 안다.
A 지난 2013년 충남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 내에 독도를 알리는 전문 교육기관인 ‘독도학교’를 설치했다. 3년 동안 운영해본 결과 호응이 좋아 미국 뉴욕, 중국 상하이에도 분교를 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수요학교’를 설립할 계획이다. 수요학교는 위안부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이다. 역사 문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가 얼마만큼 알고 있냐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본에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된 대응 방법을 배워야한다.
광화문에 있는 소녀상 근방에 수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1년에 4번 정도 강연을 비롯해 토크 콘서트, 나눔의 집 역사관 방문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하반기에는 일본 정부가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유골을 모아둔 ‘다카시마 공양탑’ 가는 길을 폐쇄한 것에 대한 자료를 취합해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예정이다.
이 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2017년 12월 유네스코 심사를 받는다. 그때 수집된 모든 영상과 자료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 그동안 세계 유명 매체에 광고성 캠페인을 진행해왔다면, 올해부터는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한 광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식과 한복을 활용해 한국을 홍보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Q 한국홍보전문가로서의 길, 가끔은 외롭지 않나.
A 학생 때부터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인터뷰 제의가 많은 곳에서 들어왔다. 그때 한 매체에서 저에 대한 수식어로 한국홍보전문가를 써 붙였다. 그때 이후로 생각지도 못한 별명이 생겼다. 물론 힘든 시절도 있었다. 예전에는 아이디어가 많은데 후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이런 일을 꾸준히 하고 있다 보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혼자 하는 일 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부나 기업에서 후원을 해주고, 얼굴도 모르는 네티즌들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준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이다. 또 최근에는 싸이, 이영애, 송혜교 등 한류스타들도 많이 도와준다. 더 큰 힘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Q 언제까지 한국 홍보 활동을 할 것인지.
A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세계 속에 한국을 알리는 것. 이것이 내 길이다. 계속 해 나갈 수밖에 없다. 이 길에 끝은 없는 것 같다. 가령 한식의 세계화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한식이 세계화가 됐다고 한다. 물론 옛날보다는 세계화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 기준에 있어 세계화는 해외의 평범한 가정에서 주말에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어딜 가서 비빔밥을 사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에 녹아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세계화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Q 한국홍보전문가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많은 분들이 저에게 한국을 홍보하고 싶은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질문한다. 그럴 때마다 드리는 답변 중 하나가 한국을 홍보하는 사람만 많아진다고 해서 국가 브랜드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글로벌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다.
해외 나가서 우측통행 하지 말아야 하는데 우측통행하고, 미술관에서 사진 찍지 말라고 하는데 사진 찍고, 이런 사소한 행동들을 지켜 ‘어글리 코리안’만 되지 않는다면 국가 이미지를 빛낼 수 있는 좋은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송시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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